미국 40년간 흑인 600명에 매독실험 - 클린턴, 뒤늦게 공식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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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판 마루타'사건으로 불리던 미정부의 흑인 대상 매독실험 사건에 대해 미대통령이 공식사과했다.클린턴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초청,과거 40년간 미정부가 흑인들만 골라 비열하게 매독실험한 점을 시인하면서 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매독실험 사건은 미정부가 지난 32년부터 72년까지 앨라배마주의 터스키지에서 가난한 문맹 흑인농부 6백명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적인 매독실험을 한 것이 주요 내용.당시 미보건당국은'터스키지 실험'이라 불리는 이 계획을 통해 매독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는 흑인 매독균 보균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약 투여를 조절,매독이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었다.

보건당국측은 흑인 대상자들에게 환자라는 사실을 감춘채 음식.교통편.치료비를 무료 제공하겠다고 속이면서 실험을 계속해 결국 이들중 3백99명이 매독에 감염돼 최소한 1백명이 매독 또는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배우자들중 감염자가 40명,자녀들중에서도 19명이 출생때 매독에 감염되는 결과를 야기했다.

무려 40년이나 계속된 미정부의 비인간적인 처사는 언론에 처음 폭로된 후 격렬한 항의를 불러일으켰으며 피해자들은 74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생활 안정비로 1천만달러를 얻어내기도 했다.

클린턴은 이날“정부의 수치스런 짓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하면서“이는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라고 규정했다.

클린턴의 공식사과로 이날 장내는 숙연해졌다.

피해자의 한 사람인 올해 94세의 허먼 쇼는 눈물을 글썽이며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를 앨라배마에 세워주도록 요청해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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