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서먹해진 사춘기 딸 … 아빠와 둘만의 여행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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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아침에 저는 출근 준비로, 아이는 학교 가느라 바쁘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는 컴퓨터에 빠져 있거나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느라 눈조차 마주치기 어려워요. 주말에도 저는 피곤해 누워 있기 일쑤고 아이는 친구들 만난다고 밖에 나가요. 서로 얘기할 시간도 없이 지내다 보니 이게 부모 자식 간인가 싶어요.” 얼마 전 만난 후배의 하소연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부모 자식 간인데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멀게만 느껴진다. 엄마들은 그래도 덜한데 아빠들은 더욱 서먹하다. 아이가 어려서는 출퇴근 시간에 달려와 뽀뽀도 하고 재롱도 피우더니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는 아빠를 그저 돈 벌어다주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들 한다.

필자의 남편도 바깥 활동이 많은 편이라 아이가 아빠 얼굴조차 보기 힘든 날이 많았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자 아빠와의 관계가 더욱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니 점점 사이가 멀어졌다. 결국 감정의 골까지 깊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부녀 사이가 불편해지고 그래서 사이가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필자는 아이와 아빠가 단둘이 여행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었다. 효과 만점이었다. 사춘기 아이와 아빠가 여행을 하고 난 후 훨씬 가까워지고 성숙해진 관계가 됐다. 부녀만의 추억이 생겼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고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아이와 부모 중 한 사람이 ‘단둘이 여행’을 가도록 권하고 싶다.

아이와의 여행을 권하면 필자처럼 한 자녀가 아니라 곤란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자녀가 둘이나 셋이라면 한 명씩 따로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열 살이 되는 기념으로 아빠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 이벤트를 가풍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입학 혹은 졸업 기념도 좋을 것이다. 한 아이는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고, 다른 아이는 아빠와 가는 것도 가능하다. 각각 출발해 어느 지점에서 함께 만나는 여행도 흥미롭다.

우리 삶이 늘 여유 있어 같이 할 시간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인정하고 시간을 쪼개서라도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하면 좋겠다. 꼭 유명 관광지나 멋진 숙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뭔가 대단한 걸 보고 체험해야만 여행인가? 진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부담도 갖지 말고 기차표 두 장 들고 아이를 만나러 떠나보자. 아이도 아빠도 휴대전화는 잠시 꺼두고 한나절이라도 여행을 해보자.

이남수·부모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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