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내달이 고비 脫北행렬 잇따를듯 - 북한주민 14명 귀순 배경.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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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김경호씨 일가족 16명과 김영진.유송일씨 두가족 8명이 잇따라 귀순한데 이어 발생한 안선국.김원형씨 가족의 탈북은 북한체제가 당면한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이은 집단 탈북사태는 식량난이 직접적인 원인이며 북한당국의 주민 통제장치도 그만큼 느슨해졌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북한은 94년 7월 김일성(金日成)사망이후 계속된 수해로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떠도는 주민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허기를 채울 수 없게된 주민들은 이판사판식의 엑소더스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해상으로의 한국직행은 지난 55년 유기방(柳基邦)씨 가족 8명이 서해안으로 귀순한이래 42년만에 첫번째다.김만철씨 일가및 김영진.유송일씨 가족의 경우 제3국을 거쳐 귀순했다.이들까지 합칠 경우 해상 탈북은 네번째다.

그만큼 북한에서 배를 이용해 남쪽으로 직행하기는 매우 어렵다.해상감시가 철저하고 항구에서의 선박 입.출항 역시 통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파도등 해로(海路)가 갖고 있는 위험성도 선박탈출의 장애물이다.안.김씨 두가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봐야 하겠지만 당국은 이들이 어려운 해상탈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판 보트피플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특히 북한의 식량난은 오는 6월이 최대 고비로 꼽혀 굶주림에 견디다 못한 탈북사태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미 중국국경 마을엔 북한주민들의 구걸행렬이 끊이지 않고 탈북자도 급증하는 추세다(본지 5월6일자 1,5면 보도). 이때문에 북한당국은 최근 북.중 국경지대에 1백50마다 초소를 설치하는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당국은 북한주민들이 중국국경을 넘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진데다 막상 탈출에 성공해도 중국에서의 생활보장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해상을 이용한 남쪽으로의 직행 탈북행렬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안선국씨 가족은 가장 극심한 수해지역의 하나인 평북 신의주에 거주,식량난 실태와 국제단체의 구호상황,대북지원 식량의 전용등 북한의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해줄 것으로 보인다.

또 가족탈출이라는 성격상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게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두가족 집단 탈출은 지난 2월 황장엽(黃長燁)노동당 비서의 망명으로 가뜩이나 충격을 받은 북한당국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당국은 두 가족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대량 탈북사태에 따른 대책을 서두르는 한편 북한체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각종 돌발상황에 대한 다각적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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