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짚기>판소리로 푼 '문화재 투기' 헛바람 진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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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요즘들어 굶주린 북녘동포들이 어떻게든 호구지책을 마련한다고 골동품이며 문화재며 가리지 않고 내다 파는 통에 남녘에는 때아닌 북한문화재 붐이 다시금 인다는데.어허,그 통에 한몫 잡으려는 거간꾼들이 중국문화재까지 양념으로 곁들여 온갖 수단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니,여기 가짜 저기 바가지에 속은 남녘사람들 북한.중국문화재라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게 됐다는 소리 심심찮게 들리는도다.한번 성공하면 몇억에서 몇십억원이 뚝 떨어지니 요즘같은 황금만능 세상에서야 왕후장상인들 부러울쏘냐.내것은 무가지보(無價之寶)요,또 내것은 천하명품이라 입에 거품을 무는 남녘.조선족.중국의 거간꾼들,물건보다 얘기보따리가 더 그럴 듯하다는 이 양반들 사설을 한번 들어볼라치면-.

허연 눈썹 이 일품인 백미씨,중국문화재 모아온지 30년이 지났겄다.최고

아니면 상대도 안한다고 큰소리치는 백미씨,갖은 물건자랑이 쏟아지는데

한번 얘기 꺼내면 두시간도 세시간도 문제가 아니더라.“어허,이거이

금속으로 만든 양각동판이여.그 뭐여 요즘 한창 중국하고 우리하고 싸움붙은

인쇄술 분쟁,그거 이 물건 들이대면 한칼에 끝낼 얘기여.자그마치 당나라때

물건이여.세계최초 인쇄원판이란 말이제.” 값을 따지자면

무가지보요,천금을 줘도 살 수 없고 만금을 줘도 만져보기 어려운

진품이라는데 20년전 빌딩 한채값은 톡톡히 치르고 구입했겄다.대만이며

중국의 전문가들 다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더라며 백미씨 장황설을

마치더라.“아 그런디,왜 여적 사가는 사람이 없소?”물으니 백미씨 대답

걸작이라.“가진 놈들 누깔이 삐어 안그렇소.물건 볼줄 모르는 것들이

수백억이라니 제풀에 놀라 자빠지잖소.그래 20년 홀딱 지나도록 임자를

못만난 게지.” 듣고 있던 한놈씨 나서,이 물건자랑 한번 들어보소.또

장광설을 늘어놓더라.“이거이 천하명품석이여.중국 황제들만 가져보는

수석이라 이 말씀이지.내 명나라 일품 도자기 두점하고 바꾼 것이여.청나라

황족에게 구입했는디 일본사람들이 이놈 사가겠다고 아예 환장을

해버린다네.값은 따지지 말어.못해도 50억원은 줘야지.” 인사동 에서

난다하는 마당발 거간씨 말문을 막고 나선다.“어허,그런 소리들 말어.내

물건 한번 풀어볼까나.이거이 조선 태조 이성계가 직접 놀던 활이여.화살과

전통도 물론 있제.64년 김일성이가 역적이라며 이태조 함흥별궁을 부술 때

나온 진품이여.인민무력부원이 빼돌린 것이제.20만달러만 주면 당장이라도

가져올 것이구먼.”“아따 그 양반.그런 것이 어딨나.있으면 김일성이가 벌써

문화재로 지정했겄지.혹 진품 있어 가져온들 어디 20만달러나 값을 하겠소.”

그예 입다물고 듣기만 하던 인사동 대부 거물씨.북한.중국문화재라면 자기 손

안거치고 물건되기 어렵다며 허튼 소리 말라 일침을 놓더라.“아 연전의

금동불상 난리굿을 벌써 잊었는가.북한 최고 문화재가 넘어왔다며 남한땅이

들썩 하잖았나.그거이 본래 광주서 남한 장인이 만든 가짜여.북경으로

가져가서는 갑자기 북한문화재로 둔갑했겄다.그 난리를 치고도 아적

북한.중국문화재 타령들을 해싼단 말이여.에이,할 일없는 작자들 같으니.”

중국에 공장 차려놓고 유물장사하는 자,북한 고위직이 가진 개성가마 출토

고려청자 전문이라는 놈,평양박물관 소장품 비디오 찍어놓고 원하는 것 다

가져다 주겠다는 치,일본서 만들어 북한 청자라며 설레발 떠는 놈,단원.혜원

그림 전문적으로 그려 파는 놈 몽땅 몰려 지금 남한땅에 북한.중국문화재가

5년전 처음 들썩일 때보다 10배,1백배는 많아졌는디,내손 거친 물건 열중

아홉은 가짜더라.인사동 고미술감정가 전문가씨 말하더라.“가짜 사고

바가지 쓰고 속끓이는 사람 여럿 있으니 그 아니 복마전이랴.” 어히고

나리님들.북한거며 중국거며 물건 제대로 볼 사람 있고 관리 잘했으면 남녘땅

문화재시장이 이 모양 이 꼴 됐겠소.이러다간 진짜 북한문화재 들어와도

알아줄 사람없어 일본이며 서양부자 손에 넘어가기

십상이오.이참에'북한문화예술연구소'라도 만들어 학자.전문가 길러 관리

한번 제대로 해봅시다 그려. 이정재 기자

<사진설명>

1920년대 함흥본관(咸興本官)에 소장돼 있던 조선 태조 이성계의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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