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물류개혁>上. 정부정책 기본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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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본도 지금 물류비(物流費)절감을 위한 민.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삼성경제연구소 주관으로 관계.학계.관련단체등으로 구성된 일본물류정책연구시찰단은 지난 4월말 1주일동안 일본의 관계.업계.관련단체등을 방문,이들이 물류개혁을 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그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없는 것이 좋다.어쩔 수 없는 존재라면 될 수 있는 한 몸집이 작을수록 좋다.” 이것이 일본 경영자들이 물류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자세다.기업활동에서 물류비 부담은 적을수록 좋다는 의미다.

물류비가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짐에 따라 지금 일본기업들은 물류비절감을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그중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규제장벽이다.

각종 규제때문에 기업들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한 시설개선이나 기술개발을 할 수 없다고 불만이 높다.그런데도 정부의 움직임은 마냥 슬로모션이다.일본정부는 지난 91년에 물류개혁 작업에 착수,오는 2001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진행속도는'업계의 안달'과 달리 부진한 편이다.

일본관리들은 겉으로는 “일본 상품이 일본항구를 떠나면 국내 물류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며 물류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부처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어떤 사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운수성 화물유통기획과의 데라마에 수이치(寺前秀一)과장은“성(省)간의 의견조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솔직히 시인하며“그러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면 정부조직의 재개편 대상이 돼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어 잘 협조해간다”고 농담하기도 한다.운수성을 중심으로 관련성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업계의 가장 큰 원성대상인 물류분야의 규제완화를 비롯해 물류표준화,물류시스템의 고도화 작업이다.

정부는 우선 물류분야의 신규시장 진입이나 퇴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조치를 취했다.

표준화작업은 상품종류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규격통일이 어려운 품목은 아예 국제규격인 ISO기준에 맞춰 가기로 방향을 잡은 것같다.

일본정부는 특히 물류개혁작업을 단순히 비용절감에만 두지않고 연관분야,즉 도시개발.환경개선.고용문제.국제협력등과 함께 종합적인 구도에서 문제에 접근해 가고 있다.그러니 결정과정이 복잡하고 작업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업에 착수한 이상 일본정부는 업계.관련단체등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가 우리보다 훨씬 진지하다.

관련 성의 실무과장들이 1주일에 두세차례 만나 의견개진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

그 때문에 관이건 민이건 간에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문제를 보는 눈은 비슷하다.부처에 따라,기업간에 만나는 사람마다 말이 제각각인 우리와 다른 점이다.일본관리들은 비록 콧대는 높지만 기본적으로는“정부가 기업에 방해가 되는 존재가 돼서는 안된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 신천균 유통담당 편집위원

<사진설명>

일본 최대의 종합물류시설인 요코하마항 유통센터 전경.요코하마시와 일본개발은행등의 출자로 지난해 7월 준공된 이 시설은 보관.하역.배송.전시등 물류 수요를 충족시킨 최신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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