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 비자금 포착 갈길 멀어진 김현철 수사 - 大選자금으로 불똥튈까 경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검 중수부(沈在淪검사장)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이 숨겨 둔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찾아내면서 종착점을 목전에 둔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수사가 산고(産苦)를 치르고 있다.

수사팀으로서는 권력 핵심부가 관련된 자금줄기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크게 고무적인 일이지만 수사의 조기매듭을 강조해 온 검찰 고위층이나 정부.여당측은 노골적으로 반갑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특히 문제의 자금출처가 金전차장이든 현철씨든 문민정부에서도 권력층의 비자금을 관리해 온 기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받는 충격이 엄청나다는 것도 검찰에는 큰 부담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현철씨의 20억원대 금품수수 혐의,박태중(朴泰重)씨등 측근들의 22억여원 수수비리,이성호(李晟豪)씨를 통한 비자금 은닉의혹과 연결되면서 금품규모나 은닉수법등에서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자금은 일단 수사대상에서 제외해 놓고 개인비리 중심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으로 일관해 온 검찰로서는 1차적으로 이권.비리 관련 자금인지 대선자금 잉여금인지를 가려야 하지만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선 검찰은 이 자금이 규모나 시기.분할예치등의 정황으로 보아 김현철.김기섭 두 사람의 개인비리와 관련된 자금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출처를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金전차장은 과거 한솔그룹내의 조동만(趙東晩)부사장과 S호텔에서 함께 일하는 등 친하게 지내 온 것으로 알려져 현철씨측과 이권을 둘러싼'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수부관계자는 이와 관련해“대선자금은 한보의혹사건이나 권력형 비리사건인 현철씨 수사의 본류가 아니며,대선자금 수사를 거론하는 인사들은 수사의 방향을 흐리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함으로써 대선자금은 수사대상이 아님을 새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철씨에 대한 수사착수후 나사본.청년사업단등 92년 대선 당시 선거자금과 무관할 수 없는 외곽조직 핵심관계자를 소환 조사했다.

또 수사관계자들은 전직이 아닌 현직 대통령의 차남 수사를 놓고'대선자금 수사압박'이 수사기법중 하나일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지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뢰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검찰의 입장은 이래저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영민.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