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얼굴>극작가 조광화 겸업나서 차세대주자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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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종로3가 옛 사창가에'서식한'사람들의 애환을 그린'종로 고양이'를 발표해 주목받은 신인극작가 조광화(32.사진)씨가'남자충동'(18일까지.동숭소극장 상연중)으로 연출 데뷔했다.극작.연출 겸업의 1인2역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김광림.이윤택.이상우등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성큼 떠오른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필연코 폭력을 동반하는 강자 이데올로기에 대한 항거”로 집약했다.목포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를 경외하는 '이장정'(안석환)이란 인물이 가족과 폭력조직 두 체제를 통해 가부장적 질서의 완성을 꿈꾸다 여동생 달래(그는 순수를 대변한다)에게 죽는 이야기다.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가부장제의 전형이 잔존하는 곳은 두 곳입니다.가족이 하나의 원형구실을 한다면,그것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곳은 조직폭력입니다.물론 이를 능가하는 보다 거대한 제도는 국가이고요.” 지난해'여자의 적들'을 통해 여성의 전진을 가로막는 적은 바로 여성 자신임을 갈파했던 그는'남성권위=폭력'의 등식을 빌려 허세뿐인 남성상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극으로서'남성충동'은 가시적인 폭력에만 집착한 일면이 있어 극을 보는데 거슬리는 점이 없지 않다.폭력적 행동양식만 보일 뿐 전후의 긴장과 고민이 묻혀버린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그는“시간을 압축하다보니 방백(傍白)속에 담긴 이면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한계 때문”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양식면에서 그는 오태석의 연극을 많이 수용했다.어머니(황정민).아버지(정진각)가 오태석이 이끄는 극단 목화의 단원이란 점도 예사롭지 않고 더구나 배우들의 맨발연기는 논란이 있는 오태석씨의'특허품'이다.

중앙대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90년 극단 자유의 조연출로 기성무대에 나왔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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