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성한다’ 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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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전쟁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몸으로 막아 낸 민주당은 표정 관리에 나섰다. 7일 공식 석상에선 반성과 대화를 강조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정세균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은 철저한 반성의 토대 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유능한 대안세력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진로를 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다시는 입법 전쟁이 없기를 바라며’라는 성명을 냈다. 원 원내대표는 “점거 농성으로 인해 국회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본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법치주의와 의회주의를 어떻게 꽃피울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국회 내 폭력사태에 대한 제도적 예방책도 제안했다. 그는 “미국식 필리버스터(장시간 연설 등으로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경호권 발동의 요건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파행의 원인은 모두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돌렸다. 정 대표는 “갑작스럽게 가지고 온 수십 건의 불량 입법안을 밀어붙이려는 여권의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원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국회를 3권 분립의 대상으로 예우하지 않고 속도전으로 섬멸해야 할 장애물로 간주한 탓”이라고 했다.

쟁점 법안에 대한 강경 질주를 멈출 기미는 여전히 찾기 어려웠다. 이날 오전에야 18일간 점거했던 상임위장에서 나온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격한 언어로 성토했다. 이들은 “문방위 회의장을 지켜온 것은 국민의 뜻을 받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언론 악법이 통과된다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런 중에도 당 한 켠에선 법안 전쟁의 와중에 닫혔던 다양한 의견의 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박상천 전 대표는 “심의도 안 거친 법안의 직권상정은 막아야 했지만 2월 국회에 앞서 사회 관련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들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3선 의원도 “2월까지 전쟁 분위기를 이어가선 안 된다”며 “당 안팎의 의견 수렴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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