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끌던 원지동 추모공원 “7월께 착공해 2012년 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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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조감도)의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서울시는 7일 추모공원에 화장로 11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조달청에 발주 의뢰했다고 밝혔다. 2001년 7월 부지를 선정한 이후 7년 반 만이다. 서초구 원지동 68 일대 17만1335㎡ 부지에 들어서는 추모공원에는 화장로 11기를 비롯, 종합의료시설과 공원 등이 조성된다. 이 사업에는 부지매입비와 화장시설, 진입도로 건설비에 235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화장시설 공사비는 650억원이다.


심순의 서울시 장사문화팀장은 “화장시설 공사는 국내외 업체가 참가하는 설계·시공 일괄(턴키)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며 “조달청에서 20일께 입찰공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5월 기본설계 심의를 거쳐 7월께 실시설계 적격자를 선정하는 대로 공사에 들어가 2012년 완공할 계획이다.

화장장 시설은 모두 지하에 들어선다. 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외부로 노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환기와 자연 채광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시공하고, 상부에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수림대를 꾸민다. 공사 시작부터 준공,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주민 관리시스템’도 도입한다.

서울시는 추모공원 부지 일부를 종합의료시설로 용도변경하기 위한 절차를 4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03년 추모공원 내에 화장로 11기를 설치하는 대신 국립의료원을 유치하기로 지역주민들과 합의했었다.

◆수도권 화장장 포화상태=현재 수도권에는 경기도 고양시의 서울시립화장장을 비롯해 4곳의 화장장이 있으나 포화상태다. 화장로 23기를 갖춰 국내 최대 규모인 시립화장장은 매일 적정 처리 용량(63구)을 훨씬 넘는 100여 건을 처리하고 있다. 심 팀장은 “서울 추모공원이 완성되면 수도권의 화장장 부족 사태를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추모공원 조성사업은 2001년 부지 선정과 함께 기본계획이 수립됐으나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과 소송 제기로 진척을 보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해왔다. 대법원은 2007년 4월 서초구민이 낸 도시계획시설 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줘 조성사업의 길을 터줬다.

◆서초구와 주민들 반발=서초구와 화장장 건립 관련 시민위원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추모공원은 애초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 수요를 감안해 설치키로 한 것으로 화장로 5기면 충분하다”며 “서울시는 2001년 7월 4개 권역별로 화장장을 설치키로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또 “화장장은 의료시설과 동시에 건립돼야 한다”며 “이러한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장장 건립 사업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구 사회복지과 최기환 팀장은 “서울시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발주해 당혹스럽다”며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인철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화장로 11기는 이미 주민들과 합의한 내용”이라며 “서초구와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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