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악동의 피’가 흐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프로농구에서는 심판 판정에 지나치게 흥분해 도를 넘어선 항의를 하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선수를 종종 볼 수 있다. 테크니컬 파울을 많이 받는 다혈질 선수들에게는 ‘악동’(배드 보이)이라는 별명이 붙게 마련이다.

2008~2009 시즌에는 테크니컬 파울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배드 보이’ 삼총사가 있다. LG 외국인 선수 아이반 존슨(7개·1위), 전자랜드 도널드 리틀(5개·3위), 그리고 전창진 동부 감독(4개·4위)이다.

테크니컬 파울은 비신사적인 행동, 심판의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나 욕설 등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벌칙이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면 상대팀에 자유투 한 개와 공격권을 내준다. 한 경기에서 두 차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선수는 곧바로 퇴장이다. 존슨과 리틀, 전 감독의 경우 ‘배드 보이’ 순위 상위권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스타일만큼은 제각각이다.

LG 존슨은 ‘영리한 배드 보이’다. 불같은 성격 때문에 7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벌금도 170만원이나 냈다. ‘벌금왕’ 타이틀까지 불명예 2관왕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경기는 영리하게 한다. 5반칙 퇴장은 한 차례뿐이다. 경기 중 파울이 4개가 되면 아무리 화가 나도 참으려 노력한다. 잔뜩 흥분해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놓고 벤치에 들어와 하는 변명도 걸작이다. “나 자신에게 욕했을 뿐인데 심판이 오해했다”는 것이다.

전자랜드 리틀은 팀에 손해를 끼치는 ‘답답한 배드 보이’다. 테크니컬 파울이 5개인 데다 5반칙 퇴장이 총 일곱 번으로 가장 많다. 리틀은 이번 시즌 28경기를 치르면서 4경기당 한 번꼴로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골밑 싸움에서 밀려 이기기 어렵다. 전자랜드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전창진 감독은 흥분한 선수들 대신 자청해서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쇼맨십 배드 보이’다. 판정이 불리하거나 선수들이 지나치게 흥분했을 때는 오버액션도 감행한다. 전 감독은 지난해 12월 30일 KT&G전 도중 김주성(동부)이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흥분하자 부리나케 달려나가 김주성을 상대선수로부터 떼어놓았다. 그리고 심판에게 삿대질을 했다. 심판은 김주성 대신 전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경기 후 전 감독은 “주성이가 퇴장당할까 봐 내가 일부러 더 심하게 했다”고 과도한 항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채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