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년만의 남북적십자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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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에 보낼 구호식량및 물품의 전달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 적십자사 대표가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날 예정이다.92년 남북적 접촉이 끊긴지 거의 5년만의 만남이다.성사되기까지 접촉장소 문제로 이견(異見)이 있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남북한이 대화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은 평가할 일이다.

우리측이 제의한 판문점(板門店)을 북한측이 마다하고 베이징으로 접촉장소를 바꾼 것은 아쉽기는 하다.인도적인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의에 북한이 정전(停戰)체제의 상징인 판문점을 인정치 않겠다는 정치적 대응을 한 징후가 짙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백회를 넘는 적십자사 접촉이 한반도 밖에서 열린 일이 한차례도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식량지원문제를 논의하자는 한적(韓赤)의 여러차례 제의를 거절했던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라 할 수 있다.제한적 접촉이긴 하지만 북한이 조심스레 보내는 정책전환의 신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적이 접촉을 제의한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하나는 현재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되는 구호물자를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과 절차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고,또 하나는 남북한 접촉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삼자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남쪽에서 구호품을 전달하고 싶어도 직접적인 통로가 없어 북한의 남포(南浦)로 가는 선박편을 기다리는데 시간도 걸리고 수송비용도 비싸 효율적이지 못했다.따라서 한적측은 판문점 등의 육로를 포함,다양한 경로를 통한 구호품전달방법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그러나 북한측은 비록'절차문제'를 논의하자는데 동의는 했지만 내심 우리의 식량지원을 기대하거나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남북한의 속셈이 다르다고 베이징 접촉결과에 대해 비관할 일은 아니다.우리는 이번 접촉에서 결과적으로 북한주민을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도울 길을 마련하고 이를 발판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실마리가 풀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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