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지극한 발명가인 홍진농기 하재권 상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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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홍진농기(경남창녕군대지면효정리) 하재권(河在權.43)상무는'효성이 지극한 발명가'로 통한다.그가 개발한 감자.마늘.당근.파.묘목등 땅속 작물을 순식간에 캘 수 있는 다목적 기계 때문이다.

고교를 졸업한뒤 고향에서 농기계 대리점을 하던 그는 93년 초여름 뙤약볕 아래서 양파.마늘을 힘들게 캐는 부모님을 보고 일손을 덜어줄 농기계를 만들기로 했다.

수차례 실패 끝에 3년만인 지난해 6월 완성한 것이'다목적 땅속 작물 수확기'.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2억원이 들어갔다.

이 기계 앞쪽의 칼날이 땅을 파고 들어가 작물이 든 흙덩어리를 진동판에 올려놓는다.이어 진동판이 분당 4백50~5백회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작물과 흙을 분리,흙은 아래로 흘려보내고 작물은 옆으로 가지런히 내려놓는 장치다.

작물 종류나 재배 상태에 따라 칼이 들어가는 땅속 깊이와 진동수를 조절할 수 있다.잔뿌리 하나도 손상하지 않고 고스란히 작물을 캐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마늘.양파 위에 비닐이 씌워져 있어도 문제없이 작업할 수 있다.마늘은 1시간에 9백평을 캘 수 있다.50명이 1시간동안 해야 하는 작업량이다.또 30명이 오전2시부터 6시까지 4시간동안 캐던 당근을 1시간만에 15명으로 해치웠다.

지난해 11월 대관령에서 열린 당근 캐기 시연회에는 3천만원과 4천만원짜리 외국제품 2대가 참여했으나 작업능률은 河씨 제품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고 그는 말했다.

가격은 3백만원대로 외제의 10분의1도 안된다.

이 기계는 이같은 성능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96 서울국제 농림축산기계박람회'에서 장려상(농림부장관상)을 받았다.특허출원도 해놓았다.

문제는 양산에 필요한 돈이었다.河씨는 하는 수 없이 전주를 찾아 사장으로 앉혔고 그는 상무직함을 갖고 회사일을 보고 있다.3백여 부품은 마산.진주등지에서 외주로 조달하고 공장에서는 조립만 한다.

이 회사 인근에서 그는 농기계 대리점을 계속하고 있다.

河씨는 그러나 판매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60대를 생산했고 올해 2백대를 팔 목표로 8명의 종업원과 거의 매일 오후9시까지 일하고 있지만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돈이 없어 광고는 하지 못하고 농촌진흥청의 농민후계자 교육장이나 농기계지도소 교관 교육장등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河씨는“이 제품은 우리토양과 농작물 수확에 잘맞아 외국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다”며“내년에는 5백여대를 생산해 1백여대는 수출할 계획”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창녕〓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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