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 교수의 영어 말하기 A to Z] ‘I agree that ~’으로 시작하면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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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토론학습을 많이 한다. 소그룹 안에서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자료를 참조하면서 의사결정을 한다. 논쟁적인 주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장점과 단점, 위기와 기회 가운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토론도 한다. 토론은 시간을 정해두고 예시 자료를 활용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거나 상대방 주장을 반박하는 활동이다.

토론은 ‘I(나는)’로 시작하는 문장을 나열해 자신의 상황을 부연하는 것이 아니다. 토론자는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는 어중간한 입장을 가져서도 안 된다.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입장을 단번에 말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한국 학생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스토리로 옮기는 능력이 부족하며 자신의 입장을 간단명료하게 전하는 말하기 능력은 더욱 부족하다.

이렇게 연습해 보자. 우선 신문이나 인터넷 자료를 통해 토론 주제를 나열해 둔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의견 표시어(opinion indicator)를 사용해 자신만의 입장을 짧게 말해 보는 연습을 한다. 의견 표시어로 “I agree that~ because~.” 혹은 “I disagree that~ because~.” 구문을 사용해 보자.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처음엔 어색하지만 연습하다 보면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의젓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토론은 소그룹 단위의 팀으로 구성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찬성과 반대팀으로 나눈 후 하나의 주제를 두고 토론해 보자. 우선 한 팀이 주장(“I agree/disagree that~”)을 시작한다. 주장에는 이유(“Because~”)가 있어야 하며, 이유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사실적인 증거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 다른 팀은 상대팀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기회를 갖게 된다. 반론할 때는 우선 “They say~” 문장으로 상대방 주장을 상기시키고 “But I disagree~” 또는 “That may be true, but~” 문장으로 반박을 시작한다. “Because~”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가능하면 “Therefore~” 문장으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한다.

토론대회마다 채점 기준이 다르다. 그래도 기본적인 영어 능숙도 만큼이나 예상 문항을 두고 얼마나 성실하게 토론을 준비하는지가 실제 채점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토론주제를 두고 자신의 주장을 돕는 증거자료를 워크시트에 요약해 두자. 자신의 입장을 찬성과 반대 중 한 쪽으로 즉각 정해보는 연습을 반복하면 실제 대회에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토론에 참여하려면 우선 고급 수준의 어휘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실제 토론하는 모습을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자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은 대단히 격식을 갖춘 공식적인 말하기 활동이기 때문에 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 다행히 토론물 영상은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나마 토론의 기술이나 절차를 숙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론은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격식을 갖춘 말하기 활동이며, 논쟁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토론학습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토론은 말하기 활동 중에서 최상급 수준에 해당된다. 따라서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토론학습을 강요하면 영어공부가 갑자기 싫어질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까지 토론학습을 미뤄도 된다. 우선 즐겁고 즉흥적으로 말해볼 수 있는 기회,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스토리로 구성하는 연습,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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