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부도방지협약 -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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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융기관협약의 두가지 큰 기둥은 적용대상 기업의 부도유예와 채권은행의 협조융자로 이뤄져 있다.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살아 있어야'하므로 은행들은 협약을 발효시키는 동시에 어음교환소 규약을 바꿨다.이에따라 제2금융권이 은행의 동의없이 돌린 어음은 부도처리됐지만 진로의 당좌거래는 계속됐다.실제로는 부도가 나도 형식적으로는 부도가 안난 것으로 했다는 얘기다.

채권자의 정당한 재산권을 봉쇄했다는 점에서는 시장질서에도 위배된다.

지난 21일부터 채권행사가 봉쇄됐으므로 진로의 6개 계열사는 법정관리의 첫단계로 대상기업의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다만 법률전문가들간에는 부도와 관련한 어음교환소 규약은 금융기관들간 일종의 약속이므로 금융기관 합의로 규약을 고쳤다면 문제는 없다(柳重遠변호사)는 해석도 있다.

채권은행들의 협조융자는 또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금융계에서는 부실기업이 은행의 추가지원으로 연명하다 결국 회생하지 못하면 은행의 집단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경제전체로 보면 정상적인 기업들이 사용해야 할 금융자산이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는 결과가 된다.이밖에 단기적으로는 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돈을 추가 지원해 스스로 불건전여신을 늘리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이번 협약의 또다른 문제점은 적용대상이 원칙적으로 2천5백억원 이상의 여신을 쓰고 있는 대기업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 이하 규모의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덩치가 작은 기업들의 교섭력에 비춰 현실성이 약한 얘기다.

또 기업에는 은행돈을 마구 끌어당겨 사업을 벌인뒤 잘못되면 채권은행들이 도와줄 것이라는'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효과도 있다.

한편 협약내용중 채권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업주의 재산처분위임장.주식포기각서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돼있다.이 부분도 정상화된 뒤에는 경영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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