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영화>정글 피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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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글 피버 Jungle Fever MBC 밤10시35분감독:스파이크 리주연:웨슬리 스나입스.아나벨라 스키오라

미국 흑인 사회의 문제와 인종간의 갈등을 날카롭고 깊이 있게 파헤치기로 정평이 난 스파이크 리 감독이 91년 만든 1백35분짜리 드라마. 기혼의 전문직 흑인 남자(웨슬리 스나입스)와 백인 이탈리아계여자(아나벨라 스키오라)가 눈이 맞아 인종을 뛰어넘는 로맨스가 자라난다.처음에는 둘다 의도하지 않았다가 저절로 빠지게 되는 섹스신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 스파이크 리의 예전 작품처럼 격심한 흑인들의 폭력과 마약에 탐닉한 사람들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는 적합지 않은 작품이다.미국사회의 인종주의적인 병폐와 흑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 부분들도 많다.

미국 흑인들의 일상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연출해내는 스파이크 리의 솜씨는 여전히 일품.감독 자신도 예전 영화처럼 주인공의 친구인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온다.

피부색의 차이라는 벽을 넘어 사랑하게 되는 것과 가족,인종차별적인 사회등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굴레들에 개인적 욕망과 존재가 희생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스티비 원더의 동명주제가와 영화 전체의 음악들이 크게 각광받기도 했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미국사회에서 흑백의 결합은 아직 환상임을 폭로하는 흑인감독 스파이크 리의 91년작'정글 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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