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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미술관 가서 “뭐가 느껴지니?”× “이 그림 왜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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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일 방학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 내 어린이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심청전’을 주제로 한 전시물을 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예습으로 흥미를 유발하라=아이와 함께 미리 화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관람하는 첫 단계다. 주부 김혜진(36·서울 시흥동)씨는 “전시회에 가기 전 아이와 인터넷을 찾아가며 화가에 대해 공부했더니 전시회를 보며 그림 속의 꽃이름이나 지명을 아는 척하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교과서나 잡지에 나온 해당 화가 작품 한두 개를 미리 보여주며 “오늘 이 화가의 그림을 보러 간다”고 알려주는 것도 동기유발을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작품을 보여주면서 ‘뭐가 느껴지니?’하며 조급하게 물어보는 것도 금물이다. 송정희 갤러리 잔다리 큐레이터는 “자녀가 오래 보려고 하는 전시품이 있다면 그냥 그 앞에 있도록 해줘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한두 작품만 몰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힘들더라도 근처 의자에 앉아 기다려주는 게 좋다. 송 큐레이터는 “도록을 펼쳐가며 ‘이건 이거다’라는 식으로 바쁘게 넘어가는 엄마들이 있는데, 이런 감상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간혹 입장료가 비싸다고 아이만 들여보내는 엄마들이 있는데 적절치 않은 방법이다.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나올 확률이 높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작품이 아니라 생활에 대해 얘기하라=그림을 보면서 ‘이게 뭐 같니’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의 말문을 막히게 할 수 있다. ‘이 그림이 좋으냐’고 물어보는 쪽이 낫다. 좋다면 색 때문인지, 이미지 때문인지 등으로 좀 더 확산해가면 된다.

한경혜 뮤지엄교육연구소 기획실장은 “작품을 볼 때 아이의 느낌을 최대한 존중해주면서 어려운 작품 제목이나 설명 등을 쉽게 풀어주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작품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을 보며 ‘할아버지 시골집 길과 비슷하지?’라는 식으로 말하면 아이가 자신의 삶 속에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박물관·미술관은 자주 찾아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에게 관람은 피곤한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안 된다. 관람 시간은 자녀의 나이에 따라 다르다. 3~7세는 15분~20분, 초등학생 저학년은 30분, 고학년은 50분 정도면 적당하다. 20여 점을 보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도록 맞추면 적당하다.

◆가벼운 복습으로 마무리하라=초등학생 아들·딸을 둔 장제희(43·서울 방이동)씨는 미술관에 다녀오면 일기를 쓰도록 유도한다. 가장 좋았던 작품이나 작가를 골라 그 느낌을 짧게라도 기록하도록 하는 것. 리플렛·티켓 등을 일기에 함께 붙이며 회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학년 자녀에겐 도록·안내책자를 사서 함께 보며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도 좋다.

어디로 갈까 

어린이 전용 미술관 ‘헬로우 뮤지엄’에서는 동화 같은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헬로우 뮤지엄 제공]

미술관·박물관도 방학 특수다. 어린이 전용 전시관은 물론 이들만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요즘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가기 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헬로우 뮤지엄=어린이 전용 미술관으로 특별전 ‘동물 그림과 함께하는 스토리텔링’이 열린다. 작품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놓은 게 특징. 김점선·윤석남과 같은 국내 작가 외에도 루이스 부르주아, 메기 테일러 등 해외 작가들의 현대 회화를 만날 수 있다. 2월 28일까지. 02-562-4420.

잔다리 갤러리=‘옛날 옛적에’라는 어린이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디지털카메라·휴대전화·e-메일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연극·요리수업 등을 통해 깨치도록 짜였다. 또 어린이가 직접 디자인해 ‘작품’을 만든 뒤엔 발표회도 한다. 2월 1일까지. 02-323-4155.

갤러리 쿠오리아=‘예술 놀이터’란 이름으로 서울 남영동 해태제과 본사에 있다. 현재 ‘피카소의 큐비즘, 세모나라 네모세상’이라는 체험 전시전이 진행 중이다. 전문 강사들의 설명과 함께 20세기 초 피카소의 대표작 14점(모작)을 감상하며 큐비즘을 이해할 수 있다. 상설 전시. 02-709-7405.

생각꿈틀 미술관=‘딸기의 즐거운 현대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1997년 탄생한 한국 고유 캐릭터 ‘딸기’를 백남준·리히텐슈타인 등 현대미술 거장 14명의 작품에 녹여 패러디했다. 3월 14일까지. 02-578-0270.

국립현대미술관=2층 어린이 미술관에서 특별전 ‘거울아 거울아’가 진행 중이다. 미술의 가장 오래된 주제인 ‘인물’을 테마로 국내 작가 24명의 회화·사진·조각·설치 작품 등이 전시된다. 3~6세, 7~10세,11세~13세로 관람객의 연령대에 맞춰 공간과 작품을 나눴다. 2009년 11월까지. 02-2188-6114.

국립민속박물관=어린이 박물관을 새로 단장해 지난해 12월 24일 재개관했다. 전시 주제는 ‘심청이야기 속으로’. 조선 후기 서민 가옥을 다섯 개 전시관에 나눠 재현했다. 직접 물레를 돌리고 절구질을 하며 전통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고, 상상에 머물던 바닷속 용궁도 3차원 영상으로 만나본다. 전시관 곳곳에서는 이우경 작가의 ‘효녀 심청’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상설 전시. 02-3704-3114.

삼성어린이박물관=4개 섹션으로 나뉜 키즈워크숍에서 돈 벌기·쓰기·불리기·나누기를 직접 해볼 수 있다. 악어 이빨 닦기 같은 재미난 일로 돈을 벌고, 가상 은행에서 일하며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테크를 이해하도록 했다. 설날 기간(28일부터 30일)에는 아이들끼리 팀을 짜 시장놀이를 해보는 행사가 마련된다. 2월28일까지. 02-2143-3600.

코엑스 ‘키즈 모터쇼’= 자동차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동차 과학체험전이다. 직접 레이싱카를 몰아보고 교통신호 등 안전교육 상식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자동차 탄생 배경과 자동차 변화 과정도 알려준다. 3월 1일까지. 1544-1555.

이도은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도움말 주신 분=이진희 헬로우 뮤지엄 큐레이터, 송정희 잔다리 갤러리 큐레이터, 한경혜 뮤지엄교육연구소 기획실장, 이승미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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