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북핵 분명한 검증 이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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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매사추세츠)상원의원은 1일 "우리는 북한 김정일에게 환상이 없으며 핵 프로그램에 대한 어떤 협상도 분명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케리 후보는 이날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유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난 18개월 동안 회담의 형식에만 매달렸고 북한은 그 사이 6~9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케리 후보는 또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리비아에 우라늄을 수출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전 세계와 테러리스트들에게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면 (핵물질을) 팔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비난했다.

케리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나의 가장 큰 목표는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얻는 걸 막고 적대국가들을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4년 임기 안에 전 세계의 핵무기용 핵물질을 없애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백악관 안에 핵무기 테러와 확산금지를 담당할 각료급 조정관을 임명해 핵무기와 핵물질의 확산을 철저히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케리 후보는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대신 하기엔 너무나 시급하다"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뉴스 분석] - 대북정책 부시와 별 차이없어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연일 북한 핵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북한의 핵문제가 훨씬 시급한데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만 매달렸고, 결과적으로 북한이 상당량의 핵물질(플루토늄)을 생산하도록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부시는 앞뒤가 뒤바뀐 정책으로 미국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음을 부각하겠다는 계산이다.

케리 후보가 북핵 해법으로 내세우는 것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다. 중국에 기댈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 북한과의 협상에서는 핵문제뿐 아니라 북.미 국교정상화를 비롯해 각종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한번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와 케리의 대북 접근은 일견 달라 보인다. 그러나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목표로 하기는 케리 후보나 부시 행정부나 모두 마찬가지다. 더구나 민주당 정권은 이미 한차례 북한에 속았던(?) 전력이 있다. 직접 대화를 하더라도 훨씬 더 까다롭게 나올 것은 불문가지다.

또한 케리는 북한 핵문제를 이라크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본다. 그는 당선되면 임기 중에 북한 핵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따라서 북한이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공화당 정권보다 더 강경한 자세로 북한을 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북한에 대해 워낙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한다 해도 케리가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케리 후보가 당선되면 한반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 없는 환상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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