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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공군의 드림팀, 가상적 비행대

중앙일보

입력

미 공군 가상적 비행대의 F-15 및 F-16

우리는 스포츠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드림팀(Dream Team)이라고 부른다. 물론 현실에서 드림팀을 보기란 쉽지 않고 설사 드림팀이 구성된다고 해도 이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스포츠팬들이 드림팀에 열광하는 이유는 드림팀이야 말로 모든 스포츠팬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군사 분야에도 이런 드림팀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 세계 최고의 실력과 최강의 행운을 동시에 갖춘 슈퍼 에이스들을 모아 공군을 만든다면 어떨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공군에서 실제 이런 드림팀이 구성된 사례가 있다. 아돌프 갈란트(Adolf Galland·104기 격추)를 중심으로 게하르트 바르크호른(Gerhard Barkhorn·301기 격추), 군터 랄(Gunter Rall·275기 격추), 하인츠 베어(Heinz Bar·220기 격추), 발터 크루핀스키(Walter Krupinski·197기 격추), 요하네스 슈타인호프(Johannes Steinhoff·176기 격추) 등 당대 최고의 슈퍼에이스들로 구성된 JV 44(Jagdverband 44)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최초의 실용 제트전투기 Me 262를 타고 유럽의 하늘을 누빈 이들의 활약은 1945년 3월부터 전쟁이 끝난 동년 5월까지 단 2개월에 불과했지만 인류 역사 상 최강의 비행대로 그 이름을 남겼다.

미 공군 가상적 비행대의 F-5

그럼 현대 공군도 이런 드림팀의 구성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 공군의 주도하에 세계 각국의 공군이 한자리에 모여 자웅을 겨루는 ‘레드 플래그(Red Flag)’다.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통 최고의 기량을 갖춘 조종사들을 중심으로 부대를 구성하므로 레드 플래그에는 참가하는 세계 각국의 공군도 일종의 드림팀이라 할 수 있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미 공군의 경우 어그렛서(Aggressor) 미 해군과 미 해병대의 경우 어드버서리(Adversary)라고 부르는 가상적비행대도 일종의 드림팀이라 분류할 수 있다.

가상적 비행대는 전투 훈련 시 단순히 적기 역할을 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의 공군전술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실전과 같은 훈련효과를 거둘 수 있고 궁극적으로 적 공군에 대한 충분한 대응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일종의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가상적 비행대인 것이다. 그럼 왜 가상적 비행대가 공군의 작은 드림팀이라 불리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가상적 비행대대의 전투교관들은 아군의 공군전략 및 전술은 물론 적의 공군전략 및 전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제 훈련에서 재현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전투조종사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까지의 모의 공중전 훈련은 지상훈련 또는 같은 부대 내에서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론 전투조종사들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적이 전혀 새로운 전술 혹은 전혀 새로운 무기를 사용할 경우 대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베트남전쟁 초기 미 해군과 미 공군은 베트남공군이 ‘항공유격전’이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중전술을 전개하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지 못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해군이 흔히 탑건으로 알려져 있는 해군 전투기 병기학교(NFWS)를 개설하고 성능이 서로 다른 기종 간 공중전 훈련(DACM)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1973년 12월에는 전술승무원 전투훈련 시스템(TACTS)으로 불리는 전자훈련체계를 도입했는데 이 훈련체계는 실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실전과 같은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 공군 역시 1971년 11월 미 해군의 훈련을 모방한 공중전 훈련(DACT)를 도입했고 이후 공중전 계측 시스템(ACMI)으로 불리는 전자 훈련 장비를 사용해 조종사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훈련체계와 장비들은 현대 공군의 작전능력을 배양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공군의 드림팀이라 할 수 있는 가상적 비행대는 미 해군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미 공군과 세계 각국 공군에 널리 전파됐다. 일본의 경우 일본 항공자위대(JASDF) 내에 ‘가상적 비행대’ 역할을 하는 비행교도대(飛行敎導隊)를 조직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군본부에 해당하는 항공총대(航空總隊) 직할로 특정 기지에 고정 배치된 것이 아닌 일본 전역의 항공자위대 기지를 순회하면서 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 공군의 경우 최고의 교관조종사들과 다양한 기종으로 구성된 제29 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가 있다.

계동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