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株主대표 소송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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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총회꾼 사건으로 1억6천만엔의 주주대표소송이 걸려있는 다카시마야(高島屋)백화점은 21일 원고측 요구보다 1천만엔을 더 주는 조건으로 화해했다.다카시마야는 대신 전사장과 관련임원들의 퇴직금에서 배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몰수키로 했다.

한국에서도 주주대표소송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 위력이 이미 핵폭탄에 비유되고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임원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회사에 불이익을 초래한 경우 주주가 회사대신 해당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1억엔을 웃도는 수수료 부담등으로 유명무실했던 이 제도는 93년 상법(商法)개정과 함께 소송수수료가

8천2백엔으로 낮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래픽참조〉

주주대표소송의 배상금을 개인이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한번 걸려들면 예금.집.퇴직금등 자신의 재산으로 배상금을 메울 수밖에 없다.자신이 죽어도 남은 채무는 부인.자식에게 넘겨지며,재산추적은 사설탐정까지 동원될 만큼 집요하다.그래서 소송이 제기되면 자식들을 친척호적에 입적시키고

부인과 이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한마디로 완전한 가족파산인 셈이다.이처럼 주주대표소송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미쓰이(三井)해상화재등이 개발한'임원배상책임보험'에 드는 회사임원들이 늘고 있다.최고 보상금 10억엔(1년만기)일 경우 보

험료가 수천만~1억엔이나 되지만 일본 상장사의 40% 이상이 들고 있다.

주주대표소송이 빈발하면서 일본에는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게이단렌(經團連)은“무분별한 주주대표소송이 건전한 의사결정까지 위축시켜 기업활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하지만 그동안 제기능을 못했던 임원회의.회계감사등 제도적 장치들이 활성화

돼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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