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최초 복싱 세계챔피언 산실 되살린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최초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김기수와 유제두를 길러낸 전남 여수시 고소동 인근 복싱도장이 재정비된다. 4일 여수시에 따르면 김기수선수(1939~1997)와 지난 1975년 WBA주니어 미들급 세계챔피언 유제두선수(61), 동양챔피언 주호 등을 길러내며 복싱의 요람이 됐던 여수 복싱도장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여수시 고소동 대첩비각 아래 골목길에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건물로 덩그러니 서있는 복싱도장은 수년째 관리가 되지 않아 천정 곳곳이 내려않고 벽면의 페인트가 벗겨지는 등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비가 샌 듯 한 실내는 선수들이 금방 연습하다가 떠난 것처럼 곳곳에 땀방울 스며든 기구들이 널린채 방치돼 세계 챔피언을 길러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이 도장은 지난 60~70년대 여수복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방호남씨가 60년대 초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찾는 이 없고 관리하는 사람 없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지난 1966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김기수 선수가 처음 복싱에 입문해 기초를 다졌던 복싱계의 산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1998년까지는 복싱선수들이 운동을 하며 관리돼 왔으나 지금은 운동하는 사람이 줄고 관장인 방호남씨 마저 얼마 전 작고해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에 따라 ‘여수복싱도장’을 옛 모습 재현 자원에서 정비할 계획을 세웠다.

우선 건물의 외형과 내부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지붕과 천정은 새로 보수하고 창틀을 비롯한 복싱링은 가급적 원형을 유지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 김기수선수의 유족과 서울에서 체육관을 운영 중인 유제두선수의 협조를 얻어 챔피언벨트 모사품 등 관련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다. 시관계자는 “한국 프로복싱의 큰 별들이 탄생한 여수복싱의 요람을 타루비(보물 제 1288호)와 좌수영대첩비 (보물 제571호)가 있는 고소동 대첩비각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