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2일 신년 국정연설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나라의 틀을 바꾼다는 각오로 체질 개선에 나서자는 대국민 호소”라고 요약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위기를 나라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의 기회로 활용하자” “위기 이후에 올 미래를 대비하는 게 올바른 국가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부터 바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경제정부 체제로의 전환과 국정 쇄신을 다짐했다.
◆국정 쇄신→인적 쇄신으로 이어지나=‘국정 쇄신’은 강조됐지만 ‘인적 쇄신’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없었다. 청와대 안팎엔 ▶설 연휴(25~27일) 직전 개각설 ▶취임 1주년(2월 25일)인 2월 말 개각설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전격적인 국회 쟁점법안 처리가 이뤄진다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1월 초순 개각설도 돌고 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사는 필요가 생기면 하는 것이며, 국면 전환을 위한 깜짝쇼 인사는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무·인사·정책라인의 핵심 참모들은 이 대통령에게 “새 진용을 짜려면 설 연휴 전에 단행해야 쇄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건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주변에 “이왕 하려면 빨리 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조기 개각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하지만 개각의 시기와 폭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무엇보다 국회의 점거상황이 풀리지 않고 있다. 개각을 해도 국회에서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을 바로 처리해 주지 않으면 국정공백이 불가피해진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 살리기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거나 “지금은 대안 없이 비난만 하거나 방관자로 머물 때가 아니다”는 말로 국회에 아쉬움을 전했다.
◆MB가 직접 넣은 대북한 메시지=남북 관계와 관련된 부분은 이 대통령의 손을 거치면서 강경한 톤으로 바뀌었다는 게 이 대변인의 전언이다.
예를 들면, “북한은 더 이상 우리의 진정성을 외면하지 말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 주기 바란다”는 대목은 실제 연설에서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는 다소 강경한 톤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도 전술·전략적 발상에서 벗어나는 자세 변화를 보일 것을 촉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덕 개혁’에 방점=이 대통령은 ‘도덕 개혁’ ‘의식 개혁’이란 말을 여러 번 했다. “도덕은 강한 나라를 만드는 뿌리이니, 학교교육에서 정직과 신뢰,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종교계·시민사회·언론이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도덕 개혁에 적극 나서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개혁과 공기업 선진화, 교육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개혁”으로 꼽았다. 의욕은 높지만 실제 성과나 개혁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온 분야들이다.
이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고, 공기업 선진화에 대해선 “농협을 농민에게, 수협을 어민에게 돌려주는, 공기업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개혁”이라고 표현했다.
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