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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현대 명저’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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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新고전 50선
김광웅 외 8인 지음, 중앙일보 NIE연구소
432쪽, 1만5000원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작품.’ 고전(古典)의 사전적 의미다.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공자·맹자의 저술 등이 이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신(新)고전’ 50권을 선정해 소개했다. 비교적 근래에 출간됐으면서 널리 귀감이 될 만한 작품들이라는 얘기다.

이 책은 중앙SUNDAY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산하 ‘좋은책 선정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 1~9월 사이에 게재했던 글들을 모았다. 총 34회가 연재됐지만 16회를 보태 책에서는 총 50권을 선정·소개했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파킨슨의 법칙』(노스코트 파킨슨 지음·21세기북스),『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S 쿤 지음·까치),『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지음·교보문고) 등 7권에 ‘신고전’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그는 특히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의 객관성을 맹신해 온 사고의 틀을 뒤흔든 저작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과학이 어떤 객관적 진리 체계가 아니라 논리의 수정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미완의 존재로, 학자들 합의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쿤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근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에 기초한 이분법을 넘어 메타과학이나 온생명주의로 가야한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선정한 책들도 눈에 띈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함석헌 지음·한길사),『한국독립사』(김승학 엮음·독립문화사),『강대국의 흥망』(폴 케네디 지음·한국경제신문) 등 7권을 꼽았다. 그는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가리켜 “‘살아있는 사관’이 전면에 드러나는 거의 유일한 역사서”라 평가했다. “실증사학이 국사 교과서를 ‘죽은 뼈다귀의 이름’을 외우는 암기 과목으로 만든 상황이기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동문선), 존 버거의 『랑데부: 이미지와의 만남』(동문선)을, 손호철(서강대) 교수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거름), 니코스 풀란차스의 『정치권력과 사회계급』(풀빛) 등을 추천했다. 이 밖에 한국사회학회장인 김문조 교수를 비롯해 소설가 신경숙씨, 서울대 김상환 교수 등도 3~7개의 신고전을 선정했다.

책은 주요 원문을 발췌하고 용어 풀이를 덧붙였다. 1950년대 이후로 나온 책들을 중심으로 각 분야에 일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가늠하기에 유익할 듯하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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