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날기획시리즈>上. 과학자 60% 연구풍토에 절망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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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가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전문가들은 국가경쟁력 약화를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방안의 하나로 과학기술 혁신을 들고 있다.

21일은 제30회 과학의 날.이 날을 맞으며 우리 과학기술의 현실과 비전을 2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

한국인은 언제쯤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지난해 12월 한국과학재단이 1천2백69명의 과학기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3.3%가 앞으로 20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16.9%는 아예“불가능하다”고 답변해 충격을 주었다.5년내에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조사를 맡은 박택규(朴澤奎.건국대 화학과)교수는“이같은 결과는 국내 연구풍토에서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이 나올 수 없다는 절망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대대적인 과학기술 혁신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내 과학기술의 성장 발전에'훼방꾼'노릇을 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 답은 역시 같은 의식조사에서 잘 드러난다.응답자의 20%에 이르는 과학기술자들이'정부의 정책결여'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투자와 정책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얼마나 과학기술개발에 힘썼는가를 말해주는 연구개발투자의 정부 부담률을 보면 이같은 사실을 잘 알 수 있다.지난 95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연구개발투자중 정부부담률은 18.9%에 불과했다.그러나 일본은 22.9%,미국은 35.

5%에 이르고 있다.

연구개발 정책과 평가를 주도하는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STEPI)의 이공래(李工來)박사는“국가 경영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며“한 나라가 세계의 중심 국가로 떠오를 때는 항상 과학기술이 밑바

탕에 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20세기들어 미국과 독일이 기술혁신 전략으로 경제의 도약을 이룩한 것을 그는 가장 좋은 예로 꼽았다. 〈장재열 기자〉

시리즈 <하>는 22일자 33면 과학기술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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