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미흡한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제패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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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거의 모든 신문들은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제패를 1면 톱으로 보도했다.아사히(朝日).요미우리(讀賣)등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그것을 1면 중간톱으로 보도했다.그런데 중앙일보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유수(有數)한 신문들은 그 기사를 고작 스포츠면의 톱 내지 특집으로 다뤘을 뿐이다.

이러한 기사 취급의 차이점은 물론 인식의 차이라든지,문화의 차이로 돌려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나는 그러한 차이를 구태여 부각시켜 그것을 합리화하는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충 넘긴 勝因분석

적어도 스포츠의 세계는 그것이 골프든 무엇이든 간에 어떤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며,특히 스포츠의 역사에 새로운 장(章)이 열리는 신기록이나 그 장면을 올바로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두고 싶다.

물론 중앙일보의 경우 우즈의 골프황제 등극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지면을 크게 할애했다.그러나 지면의 크기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사의 내용이라는 점에선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돼야 할 것같다.

스포츠기사는 다른 기사와 달리 특히 두가지점이 강조된다.하나는 기사의 비주얼(visual)화와 감동화고,또 하나는 냉정하고 분석적인 기사로 감동과 감격을 승화시키는 일이다.이번 우즈의 승리를 기사화한 중앙일보의 보도는 전자(前者)

의 조건,다시 말해 비주얼과 감동을 전하는 조건엔 충족됐지만 승인(勝因)을 냉철히 분석 보도하는 조건엔 그렇지 못했다.

중앙일보는 우즈의 우승을 평균 3백4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한치의 오차도 없는 아이언과 퍼팅,그리고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력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보도해버리고 말았다.물론 이 기사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우승은 그렇게 간단한 몇마디의 요인 분석으로 그쳐선 안되고,또 그칠 수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도 그렇지만 골프 역시 철저히 기록에 도전하는 스포츠며,거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어떤 의미에서 골프기사의 생명력을 더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마스터스대회는 우즈에 의해 그야말로 신기록이 양산(量産)됐는데 그의 승인은 대체로 여섯가지로 분석된다.

신기록量産 여섯가지 이유

첫째는 그의 장타력이다.중앙일보는 그의 장타력이 평균 3백40야드를 넘나든다고 어림해 보도했는데 마스터스대회 나흘동안의 평균 드라이브거리,즉 장타력은 3백23.1야드로 기록됐다.이와같은 장타력은 지난 5년 동안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역대 우승자의 평균 장타력이 2백68.4야드였다는 점에 비추어 무려 54.7야드나 더 많이 날린 셈이다.이 때문에 파5의 롱홀은 모두 우즈 앞에선 파4의 미들홀처럼 돼버리고 말았다.우즈는 나흘동안의 시합중 4개의 롱홀에서 이글(3타) 2개,버디(4타) 10개,파(5타) 3개,보기(6타) 1개를 기록했다.

둘째는 그의 정확한 아이언 샷이다.그것은 파온율이 평균 76.4%라는데서 나타났다.지난 5년 동안 역대 우승자의 평균 파온율이 67.5%였던 점에 비추어 우즈의 그것은 평균 8.9%가 높으며,이것은 결국 우즈의 아이언 샷이 얼마나

정확했는가를 웅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셋째는 그의 정확한 퍼팅이다.나흘동안 우즈의 총 퍼팅수는 1백17타였다.이러한 퍼팅수는 1홀평균 1.625타였다는 것을 뜻한다.지난 5년 동안 역대 우승자의 총 퍼팅수 평균 1백11타에 비추어 우즈의 기록은 6타나 많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빼어났다고 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우즈는 나흘동안 한번도 2퍼팅 이상을 한 일이 없으며,더군다나 기복(起伏)이 심한 유리판 그린이라고 일컬어지는 오거스타GC에서 그런 퍼팅을 했다는 것은 신기(神技)에 가깝다고 아니할 수 없다.

넷째는 어렵기로 악명높은 4개의 쇼트홀(파3)을 극복한 것이 아주 중요한 승인이라는 분석이다.쇼트홀의 공략은 아마추어 골퍼에게 있어서도 스코어 신장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지적되고 있거니와 프로의 세계에서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마스터스에선 쇼트홀에서 운명(運命)이 좌우된다는 게 정설(定說)인데 우즈는 대회 첫날 첫번째 쇼트홀에서 보기를 한뒤 14번의 파와 한번의 버디로 마경(魔境)을 극복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

다섯째는 캐디인 마이크 코원의 역할이다.카이저 수염을 휘날리며 나이어린 유색인(有色人) 우즈를 도운 백인(白人) 코원이 아니었다면 그의 승리는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다.코원은 오거스타GC의 그린과 페어웨이를 완전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우즈의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이야기다.이밖에 전담코치인 비치 하먼을 손꼽는 분석도 있지만 시합 자체를 평가할 때는 코원에 못미친다고 일컬어진다.

여섯째는 그의 정신력이다.우즈의 정신력은 물론 아버지 얼 우즈와 태국(泰國) 태생 어머니 쿨 티다의 영향과 가르침 때문이라고 지적되기도 하지만 제이 브랜더박사의 최면요법에 의한 잠재력과 집중력 개발이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도 간과해선 안될 것같다. 이규행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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