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술계, 친할머니 시체를 주형재료로 사용 앤서니 노엘 켈리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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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시체조각'-요즘 영국 미술계에서 일고 있는 파문이다.주인공은 올해 41세의 중견조각가 앤서니 노엘 켈리.런던 프린스 오브 웨일스 조각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사후(死後)인간을 주제로 한 일련의 작품을 발표,미술계에 충격을 던졌던 사람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월 인디펜던트지가 켈리의 조각들이 진짜 사람 시체를 재료로 했다는 기사를 실으면서부터다.그가 의과대학 해부실에서 시체를 반출했으며,런던 클랩햄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 냉장고에 그 일부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뒤 켈리는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며,이달초 체포되기에 이르렀다.그는 조사에서 자신의 할머니 시체까지 작품에 사용했다고 자백해 충격을 더했다.경찰은 그가 런던 왕립의과대학의 한 직원으로부터 시체를 제공받아 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영국은 지난 84년 해부법을 제정,시체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시체 사용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등 의학 목적에 한정되며,그밖의 경우 보건부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만약 허가없이 시체를 사용했을 경우 중형(重刑)에 처한다.켈리는

자신의 작업이 인간의 생명과 미(美)의 불가분한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예술행위였다고 강변하고 있다.사실 시체를 미술재료로 사용한 일은 르네상스시대에도 있었다.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시체를 직접 해부해 인체도를 그렸으며,미켈란젤로는 시스틴성당 프레스코 벽화를 그리기 위해 시체를 스케치했다.

과연 사회적 통념은 예술행위의 과격.실험성을 어디까지 허용하는 것일까.이번 충격은 그런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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