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미국 담배회사 - 22개 州정부에 3,000억弗 배상등 타협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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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흡연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미국 22개 주정부와 법정투쟁을 벌여온 세계 양대 담배회사가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간 기세등등하던 세계 담배업계의 두 거인 필립모리스와 RJR 나비스코사가 주정부들과의 일괄타결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양측간 합의내용중에는 3천억달러의 배상금 지급,옥외광고 중단외에 두회사의 심벌로 사랑받던 '카멜'(낙타)과'말버러맨'(카우보이)까지 광고에 출연시키지 않는다는 굴욕적인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백악관까지 깊은 관심을 표명했던 이번 소송은 흡연 때문에 주민 건강이 악화,주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급증했으니 이를 담배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게 골자.

담배회사측은 그간 결사항쟁의 고자세를 취해왔으나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해봐야 이미지만 악화될 거라고 판단,조기타협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와함께 지난달 라크.체스터필드담배등으로 유명한 리게트사가 공조체제를 깨고 22개주와 일괄타결한 것도 백기를 들게된 이유로 작용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장차 손해배상기금을 설립,흡연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개별적인 소송을 못하도록 입법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타협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소송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같은 조치는 위헌소지가 있을 뿐더러 의회 통과도 어려운 까닭이다.

이와함께 미 식품의약국(FDA)으로 하여금 니코틴 함량을 규제토록 하는 문제도 최종타결을 가로막고 있다.

두 회사는 FDA에 칼자루가 쥐어질 경우 담배 자체를 아예 없애는 사태로 발전하게 될거라며 이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지난 16일 뉴욕증시에서는 계속 곤두박질치던 필립모리스.나비스코사 주식이 각각 8%,10% 상승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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