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드카값 37% 인상 - 만성적 재정난에 관세수입 증대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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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 정부가 관세수입 증대를 위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드카 소비자 가격을 15일(현지시간)부터 37.5% 인상했다.

러시아 경제부는 이번 보드카 가격인상은 정부수입 증대는 물론 보드카 음성시장(블랙마켓)을 양성화하는데 주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인상 대상은 러시아 또는 옛소련 연방에서 생산되는 보드카로 알콜함유량이 28% 이상인 경우는 모두 포함된다.

러시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국민들은 이번 가격인상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시장 유통질서 확립관련 법령및 포고중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또 음성시장에서 주류판매업자들이 정부의 가격인상 폭만큼 유통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부가 기대하는 블랙마켓 양성화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보드카 애호가는“이번 인상대상에 외국산 수입보드카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가격인상 조치는 국내 소비자가 인상과 함께 외국 보드카 수입만 촉발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파격적인 보드카 가격인상이 일반 가정의 보드카 밀조를 성행케 할 소지도 있으며 이는 국민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러시아에서는 잘못 밀조된 독성 보드카를 마시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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