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장애인 무료운전교습 돕는 배계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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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렵게 딴 면허로 같은 장애인들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배계섭(裵桂燮.50.송파구잠실2동.사진)씨는 한쪽손이 없다.다른 한손도 동맥이 끊어지고 신경이 죽어 말을 듣지 않는다.그러나 裵씨의 운전실력은 보통사람 못지 않다.

송파구잠실 장애인운전교습소에서는 월~금요일까지 오전10시만 되면 裵씨의 얼굴을 볼 수 있다.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매시간 55분에 운전교습을 끝낸 장애인들이 나오면 裵씨의 승용차가 편안히 가까운 지하철까지 데려다 준다.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은 수서.하남.광주등 집에까지 직접 태워주기도 한다.

매주 일요일이면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브레이크.액셀러레이터 설비를 갖춘 자신의 차로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운전연수도 해준다.

裵씨가 손을 잃은 것은 78년.파출소 전기설비를 해주다 감전사고를 당한 이후다.정상적으로 살다가 갑자기 장애를 입어서인지 더욱 힘들었다.제일 불편했던 것이 교통수단.

차를 몰고 다녀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운전을 어디에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난감했다.그러다가 95년 무료 장애인운전교습소가 문을 열자 마음먹고 등록을 했다.

95년 8월 고대하던 2종면허를 손에 쥐자마자 프라이드베타 승용차를 장만했다.

26만원짜리 사글세방에 살면서 잠실주공2단지 종합상가에서 조그만 가스.난방등 설비가게를 운영하는 裵씨지만 가게에 있는 시간보다 장애인운전교습소에 나와있는 시간이 더 많다.

“면허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는 제가 제일 잘 알지요.장애인들과 함께 서로의 처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마음이 편안해지고요.”

“새로운 연결식 시험제도는 장애인에겐 너무 어렵다”는 裵씨는“그렇다고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고 장애인교습소에도 연결식 시험제도를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지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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