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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5·끝 과학·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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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과학·의학계의 최대 뉴스는 우리나라 첫 우주인의 탄생이었다.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한 편의 우주 드라마를 연출해 국민을 열광케 했다. 가천의과학대 김성진 박사의 지놈 지도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해독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신영수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차기 사무처장에 당선됐다. 울산대 의대 송호영 교수는 고기능 스텐트를 개발한 공로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박방주·박태균 기자

항공우주연구원 이소연 박사
‘생생 우주쇼’ 선보인 한국 첫 우주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이소연(30·사진) 박사는 우리나라 첫 우주인의 영예를 안았다. 4월 8일부터 12일간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면서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연예인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우주쇼’를 연출해 우주인의 생활과 우주공간의 특성을 널리 알렸다. 우주정거장 안에서 무중력 상태의 허공을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물방울 실험을 하는 등 지상에서 할 수 없는 과학실험도 선보였다.

그의 우주여행은 우주의 신비와 우주정거장에 대한 인식을 국민들에게 깊이 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한국의 우주개발 열망을 한껏 북돋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주정거장의 이 박사와 통화하면서 우리나라 우주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박사는 지구로 귀환한 뒤 국민적 영웅이 됐다. 연일 쏟아지는 강연과 행사 참석 요청을 소화하느라 요즘도 바쁘다. 초·중등학교 강연 때는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으려는 청소년들이 구름처럼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곤 한다. 대한결핵협회의 크리스마스 실 모델, 환경부의 기후변화 홍보대사 등을 맡기도 했다. 그에겐 전용 승용차와 수행 직원이 따라붙는다.

이소연이 여성으로 한국인 첫 우주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적이었다. 지난해 최종 후보 두 명에 들었지만 9월 고산(32)씨에 밀려 예비우주인의 지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우주선 발사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태에서 우주인 자리가 고산씨에서 이소연씨로 교체됐다. 고씨가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의 내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 측이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우주인에 응모한 국내 3만6000여 명 가운데 최종 주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소연 박사와 고산씨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씨는 최근 그의 서울대 수학과 동기동창생과 결혼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우주인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예산은 약 250억원. 우주쇼에 너무 많은 국민 세금을 털어넣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 입장은 다르다. 이 박사의 선발 과정, 또 우주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과정에서 거둔 국민적 홍보 교육 효과는 투자액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평가다. 

박방주 기자


가천 암·당뇨연구원 김성진 박사
한국인 지놈지도 완성해 공개 … 세계 다섯 번째


가천의과학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인 김성진(54·사진) 박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와 공동으로 자기 몸의 지놈 지도를 완성, 해독했다. 인간 지놈 지도를 완성한 나라로서는 네 번째다. 지놈 지도를 해독해 공개한 사람으로서는 세계 다섯 번째다.

자신의 지놈 비밀을 일반에 공개하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질병과 관련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런 질병에 걸릴 확률은 어느 정도 되는지가 그 속에 모두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지놈 지도를 분석한 결과 약 30억 개의 염기 중 323만 개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유전적으로 중국인과 일본인 중간쯤이지만 일본 쪽에 더 가까웠다.

그의 지놈 지도 완성과 해독은 앞으로 개인별 지놈 지도의 대중화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개인 지놈 지도를 만드는 데 10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고, 휴대용 USB 메모리에 담아 다니는 시대가 몇 년 안에 다가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는 미국 국립보건원 종신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지난해 귀국해 가천의과학대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의 지놈 지도는 누구나 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울산대 의대 송호영 교수
특허 26개 … 스텐트 시술 대가

송호영(54·사진) 교수는 스텐트 시술의 세계적 대가다. 식도나 위장관·눈물관·혈관·담도에서 잘 발병하는 암과 협착증을 개복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하는 데는 그만 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그는 코팅된 팽창성 금속 스텐트와 제거 가능한 스텐트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관련 특허만 26건에 이른다. 550만 달러의 기술료를 받기로 하고 업계에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송 교수가 스텐트 개발에 나선 건 20년 전이다. 세계 최고의 스텐트를 만들어 내기까지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는 이런 공로로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대한의사협회의 ‘의협 100주년 기념 의학자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상금이 3억원으로 한국 이공계 포상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상금 중 1억3000만원을 울산대 의대의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는 해외 체류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는데도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한다. 국제학술대회에 초청받아 특강도 자주 한다. 요즘도 종이쪽지에 영어 단어와 표현법·발음을 적어 다니며 외우고 써본다고 한다.


서울대 현택환 교수
세계가 주목한‘나노입자의 마술’

현택환(43·사진) 교수는 ‘나노입자의 마술사’로 통한다. 나노(10억 분의 1m) 단위의 극미세 입자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냈다. 교육과학기술부 집계 결과 1998~2007년 10년간 인용 횟수가 세계 상위 0.1%에 드는 논문(주 저자 논문 기준)을 가장 많이 발표한 과학자로 꼽혔다. 모두 5편으로 인용 횟수가 총 1446번에 이른다. 평생 피인용 횟수 상위 0.1%에 드는 논문 한 편도 발표하지 못한 과학자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연구력을 짐작할 수 있다.

현 교수의 나노입자 관련 연구 성과는 국내에서 이룬 업적들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쓰는 나노입자에서부터 암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 나노입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용도의 입자를 개발했다. 쓰임새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기존 입자 생산 방법보다 1000배 저렴하고 생산성은 1000배 높다. 이 때문에 그의 연구 성과를 세계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주목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현택환 교수는 미국 박사과정 때 하던 연구는 국내에 들어와 중단하고, 나노입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대 의대 신영수 교수
차기 WHO 서태평양 사무처장

9월 22일 필리핀 마닐라서 열린 제59차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회의에선 차기 사무처장 자리를 놓고 일전이 벌어졌다. 이 선거엔 서울대 의대 신영수(65·사진) 교수, 말레이시아 티 박사, 통가의 탕기 부총리 겸 보건장관 세 명이 입후보했다. 30개 회원국이 투표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신 후보는 1차 투표에서 13표로 탕기 후보에게 1표 뒤졌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16대14로 신승했다. 임기는 내년 2월부터 5년간. 한상태 박사(전 WHO 서태평양지역기구 사무처장)→고(故) 이종욱 박사(전 WHO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인이 WHO의 고위직에 세 번째로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WHO 서태평양지역은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30개 회원국을 뒀다. 전체 인구는 18억 명에 달한다. 사무국 직원 수는 마닐라 본부에 400명, 15개국 사무소에 총 300명 등 700명. 이 중 한국인은 4명뿐이다. 신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인이 WHO 사무국에 진출하고 각종 WHO 사업에 좀 더 활발하게 참여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과의 보건의료 분야 협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세계적 전염 방지, 지구온난화 대책 수립 등이 그의 주 임무다.


삼성기술원 이태우 박사
‘접히는 LCD’ 핵심 신기술 개발

삼성종합기술원의 이태우(33·사진) 박사는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회로 제작과 제조 공정 등 핵심 신기술이 그의 손에 의해 개발됐다. 이런 공로로 그는 올 초 과학기술부로부터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이 상은 대부분 대학 교수들이 차지했다. 그러나 산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그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해 이 상을 준 것이다.

그는 높은 온도와 압력을 이용하지 않고도 발광 효율이 좋은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로 값싸고 커다란 화면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그의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은 종합 학술지인 미국 과학원회보(PNAS) 등 재료·물리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에 발표돼 세계적인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근 5년간 88건의 해외특허를 출원(주발명 51건)했다. 또 책임저자로 발표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 논문만도 19편에 이른다. ‘삼성 최고 논문상’ ‘머크상’ ‘PSK-와일리 영 사이언티스트 상’을 받기도 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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