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차 천만대시대의 교통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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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는 7월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가 1천만대를 넘는다는 소식이다.85년 1백만대를 돌파한지 10여년만에 그 열배가 된 것이다.그야말로 자동차 포화시대다.러시아워라는 말이 없어진지 오래고,이제는 어디를 가나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할 정도다.마이카시대의 꿈은 퇴색해버렸고 그 짐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1천만대 시대의 가장 큰 그늘은 교통사고다.엊그제 발표된 경찰청의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통계에 따르면 2분에 1건씩 사고가 나고 하루에 35명꼴로 목숨을 잃는다.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슬로베니아.중국에 이어 세계 4위다.경제적 손실만도 연간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그래서 우리에겐'윤화(輪禍)왕국'이라는 오명이 붙어 있다.

이는 자동차의 증가만큼 우리의 교통문화와 시설,당국의 예방조치가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가장 큰 병폐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질서의식 부재(不在)다.교통사고의 근본 원인은 70%가 과속운전과 무단횡단이라고 한다.나만 먼저

가겠다는 조급증을 버리지 못해 자신은 물론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것이다.경찰의 단속에도 문제가 있다.사고 예방을 위한 단속이 아니라 실적 위주의 단속을 펴는 실정이니 사고가 줄어들리 없다.숨어 있다가 단속하는 함정단속에다 심지어 할당식 단속까지 한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다.단속은 정도(正道)로 꾸준히 이뤄져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교통체증과 사고를 줄이는데 도로확충 등 물리적 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시민들의 질서의식으로 풀어야 한다.자동차가 늘면 교통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나만…''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자동차 1천만대 시대에 걸맞은 교통문화를 만드는 일은 운전자부터 시작해야 한다.그래야 도로망의 확충,안전시설의 개선,교통체계의 선진화 등 당국의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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