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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이스라엘 e-메일 홍보전 … 한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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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단행된 27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의 유엔본부를 담당해온 기자에게 e-메일 한 통이 날아들었다. 제목은 ‘이스라엘 관리 및 전문가의 코멘트 가능’. 발신자는 ‘이스라엘 프로젝트(The Israel Project)’라는 민간단체였다.

메일은 이번 공습에 대한 이스라엘 측 입장을 대변한 뒤 “미국과 이스라엘 내 전문가들이 즉각 인터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고 있었다. 그러곤 미국 내 6명, 이스라엘 내 10명 등 16명의 인적 사항, 휴대전화 번호에다 상당 분량의 프로필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놀라운 건 16명의 면면이었다. 미국 내 인사 중에는 살라이 메리도르 주미 대사, 가브리엘라 샬레브 주유엔 대사가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외교차관, 홍보처 국장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이 외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곤 영어·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러시아어·아랍어 등 가능한 언어가 따로 명시돼 있었다. e-메일 도착 시점은 뉴욕시간 오후 5시. 이스라엘 시간으로는 밤 12시였다. 그 한밤중에 세계 어느 언론에서 전화해도 이번 분쟁에 대해 정성껏 답변하겠다는 뜻이었다.

가자 공습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세계를 향한 이들의 이스라엘 홍보 노력에 숙연할 정도로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 단체는 인터뷰만 알선하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 내에 자체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 나라를 찾는 외국 기자들을 헬기에 태우고 예루살렘 상공을 돌아보게 한다. 이 지역의 긴박한 상황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이스라엘의 처지를 이해시키려는 취지다. 민간단체가 이렇게 국가 홍보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스라엘 정부의 노력은 어떠할까.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국제 홍보력을 강화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도리어 힘을 빼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다케시마(竹島·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홍보물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전 세계에 뿌렸다고 한다. 게다가 내년 초부터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본의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재시도라는 민감한 사안이 벌어진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온실가스 감축 협약 등도 유엔 차원에서 본격 진행된다. 이런 판에 한국 정부가 유엔 대표부 홍보관 자리를 없애기로 했다. 정부로서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갈수록 유엔 내 정보 수집과 홍보 업무가 중요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시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남정호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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