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드라마에선 80번 이상 이혼했지만 실제는 결혼 14년차 모범적인 아내예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중앙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매주 이혼하는 탤런트 이시은. 그녀의 실제 결혼 생활이 궁금했다. 직접 만나 본 그녀는 남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고. 목소리는 사근사근했다. 드라마 이미지와는 다르게‘천생 여자’였던 것. 결혼 14년차지만, 여전히 신혼 같은 이시은.박교영 부부의 리얼한 결혼 생활에 대하여.

멀리서 한 커플이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서로 마주 보며 웃는 모습이 마치 연인 같다. 다정한 모습으로 나타난 두 사람은‘사랑과 전쟁’의 이시은씨(38)와 남편 박교영씨(39). 가까이 다가온 부부를 보니 짙은 눈매가 서로 닮아 있었다.‘ 부부는 서로 닮아 간다’는 말을 실감했다. 아닌게 아니라 두 사람은 올해 결혼 14년차로 서로 닮아 가기에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낸 커플이었다.

“생각보다 우리 부부 오랫동안 같이 살았죠? 드라마에서는 바람이 나서 이혼을 당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집사람은 정말 평범한 아내예요.(웃음) 현모양처감이죠. 그런데 우리 집사람, 화면보다 실물이 더 낫지 않아요? 화면에서는 너무 표독스럽게 나오는 거 같아요. 알고보면 정말 숙맥인데….”

남편의 말처럼 그녀는 드라마 속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낯을 가리는 편이었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 가는 쪽은 오히려 남편이었다. 수수한 스타일이라 몇 개월 전에 처음으로 귀를 뚫고 귀고리를 해봤다는 그녀는“원래 조금 촌스럽다”며 웃어 보였다. ‘사랑과 전쟁’의 베테랑 연기자인 그녀가 극장판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에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된 이유도 그녀의 조신한 성격 때문. 감독은‘이시은씨는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진한 베드신이 있는 역할은 당연이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안조차 하지 않았단다.

남편은 그녀의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는 군입대를 했고, 그녀는 그 다음해 MBC 22기 공채 탤런트가 됐다. “심은하씨와 차인표씨가 동기예요. 심은하씨가 ‘마지막 승부’에, 차인표씨가 ‘사랑은 그대품안에’에 캐스팅되고, 저는‘도전’이라는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죠. 그런데 고현정씨가 주연인‘작별’이란 드라마에 밀렸어요. 신인 때만 해도 신문들마다‘뜨는 별 이시은’이라고 했었는데… 잘 안됐죠. 뭐.”(웃음)

그녀가 탤런트가 됐다는 소식을 군대에서 들었던 그는 행여 그녀가 떠날까 봐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군대에서는 10시면 취침을 해야했지만, 고참이었던 그는 후임들을 앉혀 놓고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를 억지로라도 보게 했단다. 4년 동안의 긴 연애 끝에 남편과 결혼을 한 그녀는 그 후 5년간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았다. 결혼 후 바로 첫아들을 낳았기 때문.

결혼 후 활동 접고 두 아이 출산,
5년 만에‘사랑과 전쟁’으로 컴백

“결혼할 당시에 일 욕심이 없었어요. 신인 때부터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까 적성에 잘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빨리 가정을 꾸려서 안정을 찾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죠. 예전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꿈을 이뤘지만요.”

아들 세홍(13)이와 딸 주희(12)를 연년생으로 낳고 기르다 보니, 연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시간이 흘러 버렸다. 그러다 둘째가 두 돌이 지났을 무렵, 그녀는‘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 출연을 하는 동기들을 보면, 너무 부러운 생각에 텔레비전을 꺼버리기도 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끼는어쩔수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아내는 활동을 안 하는 동안 집에서 항상 아이들과 아옹다옹하면서 지냈어요. 그때 전 유통 사업을 막 시작했던 터라 집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거든요. 어느 날 보니까 아이들이 훌쩍 자라 있더라고요. 활동도 접고 아이들을 키워 준 아내에게 너무 고마웠죠. 언젠가 한 번, 아내가‘연기 다시 시작할까’하고 묻기에 바로‘하라’고 등을 떠밀었죠.”(웃음) 그렇게 5년 만에 활동을 시작하면서 선택한 드라마가 바로‘사랑과 전쟁’이었다. 서른 살 이 되던 해‘사랑과 전쟁’을 시작했으니, 그녀는 30대를 온전히 한 드라마와 같이 보낸 셈.

남편은“‘전원일기’말고는 한 드라마에서 주연을 이렇게 많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사랑과 전쟁’의 최다 출연자인 그녀는 촬영장에 가면 어떤 배우보다도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다. 게다가 오랜 시간 같이 일해 온 스태프들이 있어 촬영장에 갈 때면, 늘 친정 가는 기분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연기자라면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해 얼마 동안 ‘사랑과 전쟁’출연을 자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BS 2TV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에서 푼수데기 역할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 중이다.

남편은“연기자인 아내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사랑과 전쟁’의 역할에도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언젠가 드라마가 끝나면, 당신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며 아내를 위로했다. 남편의 진지한 태도에 그녀도 수긍하는 듯했다. 남편은 그동안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왔지만, 너무 자극적인 내용의 대본이 들어오면“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반대 하기도 했다.

꽃뱀 역할 빼고는 거의 다 해봤다는 그녀는 못된 역할을 연기한 다음 날에는 되도록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실제로 드라마 속 역할과 착각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한번은 엘리베이터 를 탄 그녀에게 아주머니 두 분이“젊은 사람이 참고 살아야지”“그렇다고 시어머니한테 대들면 쓰나”라고 하며 혀를 찼단다.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런 일을 많이 겪어 봤던 터라 그녀는“네. 앞으로 잘할게요”라고 대답 한다고.

때로는 남편이 졸지에 숨겨 놓은 애인 이 돼버릴 때도 있다. “매주 바람 난 역할을 맡다 보니까 가끔씩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가서 호텔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요. 그럼 저랑 남편은 사람들 들으라고 일부러 ‘애들은 밥 먹었을까?’하고 큰 소리로 말하죠. 많은 오해를 받은 끝에 터득한 노하우예요.”(웃음)

아내 없으면 잠 못 드는 남편,
남편 휴대폰 몰래 훔쳐본 사연

금요일 밤이면 그녀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사랑과 전쟁’을 시청하는데, 남편은“연기가 부자연스럽다”“너무 예쁜 척한다”고 말하는 등 철저하게 모니터를 해준다. 남편은 이해하 더라도 한창 예민한 나이인 아들딸은 엄마가 매주 이혼녀로 나오는 것이 싫지 않을까. 그녀 는“우리 아이들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를 봐왔기 때문에 이제는 별 반응이 없다”며 웃었다. 시어머니는 ‘사랑과 전쟁’의 열혈팬이지만, 행여‘연기하다가 착한 며느리가 못된 걸 배우지는 않을까’노심초사하신다고.

물론 드라마 때문에 좋은 점도 많다. 식당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은 물론, 만차인 주차장에서도 먼저 자리를 내줄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높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드라마를 찍으면서 남편과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것.

“드라마 속에 별별 남자들이 다 나오잖아요. 그걸 보면서,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사실 드라마에 바람피우는 남편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우리 남편도 혹시…’하는 생각에 휴대폰을 몰래 열어 본 적이 있어요. 여자 이름이 꽤 있더라고요. 수정이란 이름이 많은지‘수정1’ ‘수정2’라고까지 해놓은 거 있죠.(웃음) 그래도 걱정은 안 해요. ‘사랑과 전쟁’같은 드라마를 10년 가까이 찍다 보면,‘ 이 남자가 여자에 빠졌구나, 아니구나’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요.”

그녀는“게다가 우리 남편은 바람피울 위인이 못 된다”며 크게 웃었다. 남편은 그녀가 옆에 없으면 잠을 전혀 못 잔단다. 그는“어제도 집사람이 늦게 들어와서 뜬눈으로 밤을 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도 새벽에 서울로 올라오고, 초상집을 가서도 집에 돌아올 정도다. 얼마 전, 그녀가 중국으로 출장을 간 보름 동안에는 잠이 오지 않아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고. 곁에서 가만히 듣던 그녀는 “마마보이 아니냐”고 핀잔을 줬지만, 남편의 이상한 습관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신혼 때는 제깍제깍 들어오는 남편이 너무 좋았어요. 남편이 외박을 자주 해서 스트레스 받는 아내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제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가니까, 출장도 자주 다니고 외박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웃음)

결혼할 때만 해도‘바람피우는 건 절대로 용서 못한다’고 했던 그녀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가정을 지키려는 생각이 있다면 한 번 쯤은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실제로 남편이 바람을 피우더라도 아이들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아내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했다. 그녀는 배우이기 이전에 가정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였다. 인터뷰가 끝난 뒤, 남편은 아내를 촬영장에 데려다 줄 준비를 했다. 남편은 마지막으로“오늘은 아내가 일찍 들어오길 바란다”며 웃어 보였다.

기획_강은영 기자 취재_지희진(자유기고가)
사진_임효진(studio lamp)

팟찌기사 더 보기

[J-HOT]

▶ 국회 인턴 대학생 "아버지 뻘 되는 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선…"

▶ 고건 "나이야, 가라" 현정은 "쭉-냅시다!"

▶ 유럽서 만난 사람들마다 "죽기전 꼭 한번 봐야할 축제"

▶ "연봉 5700 받다가…대리운전으로 생활비 보태"

▶ 100만 소련군 < 25만 핀란드군 '겨울전술'

▶ 이재오 은평을 출마, 이명박-박근혜 갈등 '뇌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