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옷 입고 총 난사 8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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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총을 든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를 ‘죽음의 축제’로 만들었다. 24일(현지시간) 밤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코비나에서 산타 복장을 한 남자가 이혼한 부인의 집을 찾아가 최소 8명을 살해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범인은 브루스 파르도란 45세 남자로 밝혀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범인은 이날 오후 11시45분쯤 옛 처갓집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손에는 커다란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 8살짜리 여자아이가 문을 열어주자 그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들고 쏘아대기 시작했다. 어른과 아이들 25명이 파티를 즐기고 있던 집안은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6세 소녀는 등에 총을 맞았고, 20세 여성은 범인을 피해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다 발목이 부러졌다.

총을 난사한 범인은 선물 상자에서 인화성 액체 분사장치를 꺼내 집에 불을 질렀다. 현지 경찰은 항공우주산업 계통에서 일했던 범인이 문제의 장치를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이웃 주민은 불길이 12m까지 치솟았으며 순식간에 집을 집어삼켰다고 전했다. 불길은 25일 새벽에 잡혔고 경찰은 잿더미에서 8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26일에도 수색 작업이 예정돼 있고 부상자도 있어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범인의 전 부인과 그녀의 부모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은 범행 후 산타클로스 옷을 벗고 차를 몰아 인근의 형 집으로 갔다. 25일 경찰이 찾아갔을 땐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한 뒤였다. 자살 현장에서 2정의 권총이 발견됐고 범행 장소에서도 2정이 발견됐다. 이날 저녁 범인이 형 집 인근에 주차했던 차가 원인불명의 이유로 폭발했는데 이 차 안에서도 무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파르도가 전처와의 이혼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범인이 일주일 전 1년가량의 결혼생활을 끝내는 이혼 서류에 서명한 뒤 극도의 흥분 상태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희생자 가족의 한 친구는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날이다. 그 사실이 범인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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