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색다른 독도사랑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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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큐멘터리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면서도, 이를 앙상한 구호로 강변하지 않는 미덕을 지녔다. 독도문제에 대한 이 다큐의 시각과 맞닿는 부분이다. ‘독도는 이미 우리 땅’이고, ‘우리 땅’이란 ‘생활의 터전’이라는 시각이다.

이를 실감하게 하는 이야깃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독도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유일, 아니 유이한 주민인 60대 노부부가 고깃배를 몰고, 물질을 하고, 뭍에서 놀러온 손자를 반기는 일상은 말 그대로, 사람 사는 땅으로 독도를 느끼게 한다.

독도는 사람이 사는 섬이다. 60대 김성도-김신열씨 부부는 고갯배를 띄우며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독도주민이다. [지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른 하나는 독도를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생활화하는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6000명의 손도장을 받아 초대형 태극기를 완성해 독도 앞바다에 내거는 이벤트를 준비한다. 이 와중에 느끼는 피로와 좌절 만큼, 이들은 독도를 자신의 삶 속에 투영한다. 해외에서 독도 토론회에 참여하거나, 도심 한복판에서 ‘독도사랑’을 내걸고 프리허그를 벌이는 젊은이들도 나온다. 독도를 그렇게 ‘알아온’ 젊은이들이 직접 방문해 독도를 ‘느끼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뭉클함이 객석에도 전해진다. 어렵사리 완성된 태극기가 푸른 바다 위에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은 이런 다큐에서 보기드문 스펙터클을 연출한다.

다시말해 이 다큐의 바탕은 요즘 젊은이들, 그러니까 취업시장에서는 ‘88만원 세대’이고 자부심과 열정에서는 ‘월드컵 세대’로 불리는 이들의 새로운 감성과 운동방식이다. 다큐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광고비를 모아 해외 유력지에 독도광고를 게재하는 것이나, 이런 다큐를 제작하는 것 차제가 이들이 택한 새로운 방식의 사례다. 뉴욕타임즈에 독도에 대한 전면광고를 실어 화제가 된 서경덕씨는 이 다큐에 기획PD로 참여했다. 생활속 이벤트를 내세운 이들의 시각에는 기존의 대응방식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전제돼 있다. 일본의 도발이 있을 때만 터져나오는 비분강개식 여론이나 미흡한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잠시 짚고 넘어간다.

‘미안하다 독도야’는 영유권 문제의 시원이나 생태적·지정학적 정보를 읊조리지 않는다. 독도에 대한 갖은 지식을 담은 영상물은 기존에도 적지 않았던 터. 이 다큐는 지식 대신 감성을 차별화 지점으로 잡았다. 독도문제의 완결판과는 거리가 있되, 극장용 첫 다큐의 기획 취지는 공감할 만큼 표현된다. 상업영화 제작자 출신의 최현묵 감독이 연출을, 가수 김장훈이 나레이션을 맡았다. 31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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