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남두 고음 환상적 - KBS교향악단 '오셀로' 갈라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지난달 27일 KBS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객원지휘 정명훈)는 테너 김남두의'금의환향'무대였다.이날 공연은 무대장치나 연기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베르디의 오페라'오셀로'전곡 연주.국내 데뷔무대에서 주인공역을 맡

은 김남두는 탁트인 포르티시모에 작렬하는 황금빛 고음(高音)으로 청중을 전율케 했다.새로운 드라마틱 테너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리아 한곡 없이 2시간30여분동안 계속된'오셀로'에서 음악과 드라마의 중추 역할을 해낸 것은 노련한 무대를 선보인 이아고 역의 바리톤 고성현.음모와 야욕에 불타는 이중 인격자,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이아고 역을

다채로운 음색과 발성으로 잘 소화해냈다.테너 김남두와 바리톤 고성현은 오는 6월 김자경오페라단의'아이다'와 국립오페라단의'리골레토'에 각각 출연할 예정이어서 오페라 무대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의처증에 걸린 남편에게 목졸려 죽는

비련의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역의 소프라노 김영미도 드라마틱과 리릭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순발력을 발휘해 무대를 빛냈다.

'오셀로'는 대중취향의 스탠더드 레퍼토리와는 달리 오라토리오나 바그너식의 음악극에 더 가깝다.그래서 아리아보다 중창과 합창,오케스트라의 비중이 높아 콘서트 형식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그러나 문제는 뒷전에 밀린 듯한 오케스트라

다.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 같은게 느껴졌다.'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있는'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