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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그곳엔 ‘군불’같은 맛이 산다

중앙일보

입력

춥고 힘들수록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이 그리워진다. 소중한 사람과의 자리이기에 더욱 신경쓰이는 연말연시 모임 장소 3곳을 추천한다.

타니 - 그래봐야 삼겹살? 천만의 말씀
타니는 일본어로 ‘계곡(谷)’을 뜻한다. 나무와 돌·자갈·물이 인테리어의 주재료다. 메인홀 안쪽, 자갈이 깔린 곳은 원래 작은 연못이었으나 지금은 물을 빼뒀다. 간혹 발이 빠지는 손님이 있어서다. 와인을 편안히 마실 수 있게끔 조도를 낮춘 조명과 초콜릿 빛의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아늑하다.
홀보다 낮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픈형주방은 요리에 대한 믿음을 준다. 2003년 개점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는 삼겹살 적된장구이(2만8000원). 삼겹살을 일본의 아카 미소(붉은 된장)에 열흘 정도 쟁여뒀다가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다. 된장맛이 깊이 스며 고소하고 짭조름하다. 오븐으로 조리해 기름기가 적다. 곁들인 파무침과 절인고추는 뒷맛을 개운하게 한다. 격식을 갖춘 자리의 메뉴로도 무난하다. 삼겹살처럼 친근한 식자재에 독특한 조리법으로 색다른 맛을 창출해내는 것이 이곳 요리의 특징.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란 콘셉트에 어울린다. 새우와 관자, 아스파라거스의 그릴 샐러드(2만4000원)는 그릴에 구운 새우와 관자, 그리고 야채 위에 새콤 달콤 매콤한 소스를 얹어낸다. 칠리 페퍼의 매콤함, 발사믹식초의 새콤함, 꿀의 달콤함이 한데 어우러진다. 이달 중순엔 계절요리로 요세나베와 스키야키를 내놨다. 닭과 가쓰오부시로 낸 육수에 해산물·야채를 넣어 끓인 요세나베(2만5000원), 쇠고기와 갖은 야채를 넣고 간장소스로 맛을 더한 스키야키(2만원)가 담백하고 깔끔하다. 아예 오픈된 좌석, 격자 무늬의 파티션과 발로 공간을 나눈 좌석, 별실 등 다양하게 공간을 갖춰 모임의 성격에 따라 활용하기 편하다. 부담없는 연말연시 모임을 위해 내년 1월말까지 4만원대 와인도 선보인다.
120석. 룸 2개.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11시. 청담초등학교 인근. 문의 02-3446-9982

타니 넥스트도어 - 한 번 맛 보면 발길이 절로절로
메인 홀에 들어서면 자작나무 세 그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창문 너머 넓은 테라스의 초가지붕 코티지(cottage)가 휴양지에 온 듯 이국적 색채를 띤다. 원목 바닥, 나무 테이블과의자, 청동 칸막이와 발 등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는 평온한 느낌을 준다. ‘도심 속 리조트’라는 콘셉트에 손색없는 분위기다. 이들 소품대부분은 김흥기 대표가 인도네시아·발리 등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들이다.
2005년 롯데 에비뉴엘(중구 소공동) 9층에 문을 연 타니 넥스트도어는 청담동 타니의 2호점. 타니의 총주방장인 고바야시 요시야키씨가 주방을 맡아 일식·프랑스식을 기본으로 한퓨전요리를 선보인다. 삼겹살 적된장구이를 비롯한 타니의 몇몇 대표적 메뉴를 이곳에서도맛볼 수 있다. 여기에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인을 위한 대중적인 메뉴가 더해진다.야키우동과 밥 위에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를 얹은 돈부리는 각각 2만2000원이다. 점심메뉴로 인기가 높은 일본식 도시락(커피 포함)은 3만5000원. 7~8종류의 요리가 나오는 런치 스페셜은 3만~4만원이다. 주방에 수족관이 있어 신선한 초밥와 생선회를 사시사철 맛볼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초밥은 1조각씩 주문이 가능하다. 생선회는 6만(2인)·15만(4~5인)원에 맛볼 수 있다. 최근 새로 내놓은 타니 스타일 게장도 인기 메뉴다. 당일 배송된 활꽃게를 소흥주와 일본식 간장 소스에 7일간 쟁여둔 것이다. 수량이 한정돼 주문시 확인해야 한다. 주말 저녁에는 소규모 맞춤 와인 파티가 가능하다. 인원과 원하는 가격대를 미리 협의하면 된다. 인원은 최대 40~50명. 계절 특성상 물과 녹색이 어우러지는 테라스의 낭만을 고스란히 느낄 순 없지만 테라스의 VIP룸에선 셰프의 특선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150석(홀 80석, 테라스 70석).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12시. 오후 3~5시는
디저트 타임으로 커피 1잔과 케이크가 제공된다(1만 4000원). 문의 02-2118-6100

시안 - 유럽 저택서 동서양을 맛보다
프렌치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인 ‘시안’은 1998년 문을 열었다. 청담동에 퓨전요리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시안은 중국 도시 서안(西安)의 중국어 발음. 된장·마늘·고추냉이·참깨 등 소스에서 동양적인 맛이 배어난다. 와사비 사워크림과 간장소스를 곁들인 데리야키 스타일의 쇠고기 안심(2만8700원)은 고기를 통째로 사용하는 스테이크와 달리 슬라이스된 게 특징. 요리를 내기 직전 데리야키 소스를 뿌려 고기와 소스 맛을 함께 볼 수 있다. 싱싱한 바닷가재 살과 새우를 카레로 볶아낸 바닷가재 요리(5만7000원)는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마늘 볶음면을 곁들인 왕새우구이(2만5700원), 사천식 쇠고기(2만7700원)도 인기메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카라멜 소스의 바나나볶음을 포함해 5가지 요리로 구성된 런치 세트는 2만7000원, 계절코스요리는 4만5000원이다. 웅장하면서도 아늑한 인테리어는 입맛을 한층 돋운다. 1층은 거실·침실·테라스 3가지 테마로 꾸며 마치 지인의 집에초대 받은 듯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거실에 들어서면 일단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다. 2개층 높이의 천장까지 닿아있는 와인셀러도 볼거리다. 150여 종의 와인이 빼곡히 들어있다. 같은 높이의 책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촛불에 그을린 벽이 운치를 더하며 유럽의 옛 대저택을 연상시킨다. 침실처럼 꾸민 독립 공간은 아랍풍이다. 소파와 커튼으로 꾸며져 오붓한 모임을 갖는 데 제격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종류의 안주를 선택하는 타파스 메뉴는 테라스에서 즐기기에 안성맞춤. 테라스는 계절상 이용이 뜸한 요즘을 제외하곤 자리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모던한 분위기의 2층은 식사 위주의 공간이다.
120석. 청담동 엠넷 뒤편. 오후 6시~새벽 2시. 문의 02-512-1998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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