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영화>친구여안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세계적 미남 배우 알랭 들롱과 야성미 넘치는 액션 스타 찰스 브론슨이 함께 출연한 자체가 화제가 된 작품.알제리 독립전쟁에서 함께 활약했던 프랑스 군의관(들롱)과 미국 군인(브론슨)이 한 광고회사의 금고를 털려다가 살인까지 하게

되면서 얽혀들어가는 범죄영화다.금고를 털려다가 금고방에 갇히게 되거나 환기구를 통해 탈출하려는 모습,경찰의 추적을 벗어나기 위해 겪는 위기의 순간들등에서 손에 땀을 쥐게하는 서스펜스도 보여준다.

이야기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은 전형적인 B급 영화의 모습을 보이지만 60년대 당시 프랑스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가 영화의 어두운 측면과 겹쳐 나타난다.건전한 일이나 노력을 통해 삶을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범행을 계획하

고 뛰어난 상상력을 범행에 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부조리한 사회에 부조리하게 대응하는 비극적인 주인공을 형상화시켜 준다.

우울함이 표정마다 흐르는 들롱의 얼굴과 거칠고 화끈한 면모를 보여주는 브론슨의 이미지를 대조시킨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이러한 이미지는 음모를 벌이는 계획단계부터 일을 실행하면서 부닥치는 의외의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수준급의 필름

누아르임을 증명해준다.68년작.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