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학협회 新히포크라테스 선서 초안 작성 - 安樂死.낙태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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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되 삶의 연장만이 의술이 아님을 명심하리라.'

영국의학협회(BMA)가 안락사(安樂死)인정등을 포함한 혁명적인 '신(新)히포크라테스 선서'초안을 지난 27일 발표,관심을 끌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기원전 5000년 그리스의 명의인 히포크라테스가 제창한 의사의 기본윤리.

생명의 고귀함을 최우선한다는 토대에는 변함이 없으나 시대상황에 따라 그 내용이 계속 바뀌어 왔다.

가장 최근 수정된 시기는 지난 48년.

이때에는 환자와의 성관계 금지,환자의 비밀보장,낙태 절대금지등이 추가됐다.

이번 것은 세계의사협회가 BMA에 의뢰해 만든 초안으로 안락사 인정을 비롯,낙태와 환자의 비밀공개등을 허용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개정된 내용에는“윤리적.법률적 테두리 안에서만 낙태가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다.간접적으로 임신중절의 필요성을 공인한 셈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의미가 없거나 도리어 해가 되는 경우,또 충분한 사전지식과 함께 확신에 찬 환자가 거부할 경우 치료치 않는다”고 돼있다.

또 종전에는 환자의 비밀은 절대 밝히지 않는게 철칙이었으나 이번에는“최선을 다해 환자의 비밀을 지키되 특별한 사정이 생기면 이를 밝힌다”고 완전히 바꿨다.

아울러“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인사들에게는 최선을 다해 열악한 주변환경및 그릇된 치료행위를 알려야 한다”며 동료들의 비리를 고발할 의무까지 의사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BMA가 마련한 이번 초안은 앞으로 세계의사협회의 검토와 수정을 거친 뒤에야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초안은 급변하는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핵심 지침이 될게 분명하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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