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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내 아이, 국제중 서류전형서 왜 떨어졌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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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이가 국제중 1차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어요."
"네?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영어 실력 면이나 학교 성적 면에서 보아도 떨어질 리가 없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써주는 추천서도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의외의 결과였다.

"선생님, 아무래도 제가 미리미리 필요한 준비를 시키지 못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님께서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요?"
"△△이보다 영어 학원 클래스 레벨도 낮고 성적도 뒤쳐진 ○○이가 1차에서 붙었는데 저희 아이와 비교해보니 저희 △△가 국가공인시험점수가 없는 것이 떨어진 이유 같아요. 미리미리 시험을 좀 챙겼어야 했는데……."

A 국제중 1차 합격자 발표가 있던 지난 주말 서울에서 교사생활을 할 당시 알고 지내던 학부모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안부 인사 겸 합격자 명단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딸아이의 이름을 찾을 수 없자 속상해서 전화를 하셨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준비가 부족하여 딸아이가 합격하지 못했다 생각하시곤 마음 편히 푸념을 늘어놓을 곳을 찾다가 아이와 친분이 깊었던 담임교사인 나를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내용인즉, 같은 학원에 다니는 딸의 친구 박○○는 이번 1차 서류전형에서 합격을 했는데 자신의 딸이 속한 MASTER반보다 하위 단계의 반이고 학교 성적도 낮음에도 불구하고 합격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딸아이는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만한 공인된 점수를 적지 못한 반면 딸아이의 친구는 국가공인시험 점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제 중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A학원 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춘 이 6학년 아이에겐 국가공인시험점수가 없었다. 영어를 잘해 시에서 주최하는 각종 영어대회에서 학교대표로 나가 상을 타는 일이 빈번하여 영어 관련 상장을 이미 많이 수상하였기 때문에 아이의 어머니 입장에서는 접수의 번거로움이 있는 영어공인시험을 볼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박○○는 위 아이보다 실력은 모자랐지만 영어와 컴퓨터부문에서 국가공인시험점수를 1차 서류전형에 첨부했고 결과적으로 합격을 하였다.

사회적 이슈중 하나인 국제중은 3단계전형을 실시하는데 1차 서류전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담임의 추천서와 생활기록부이다. 기록부 안에 적힌 숫자를 통해 해당 학생을 평가하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장과 자격증의 등급과 개수, 출석률, 성적, 봉사활동 시간이다. 그리고 나서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따라올 수 있는 영어 능력을 갖추었는지 를 평가한다. 즉 아이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이의 특성과 흥미에 따라 아이의 진로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아이의 진로 지도 계획을 구체적으로 구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련된 정보와 유용한 자료들을 모아가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아이가 국제 중을 가길 원한다면 관련된 정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체크해야한다. 음악이나 미술 쪽의 진로를 탐색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실력과 재능이 뛰어난 아이라도 미리 미리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준비해온 아이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진로 지도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시간 활용이 가능한 때가 언제인가?

바로 학기와 학기 사이에 주어지는 한 달여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다. 방학을 통해 다양한 현장학습과 운동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학년 학부모라면 아이의 진로 지도와 관련된 계획을 짜 보자.

이번 국제중 1차 전형에서 합격을 한 박○○의 어머니와 이모 두 분은 모두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셨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아이의 진로지도에 깨어 있으셨던 것 같다. 방학을 아이의 위치를 점검하고 아이의 성취도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으셨다고 한다. 방학 때마다 꾸준히 아이에게 필요한 자격증과 공인 시험 점수와 관련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미리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해왔던 것이다. 올바른 진로지도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조건 변호사가 되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챙겨갈 수 있도록 부모가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야한다.

1. 여름방학엔 봉사활동을, 겨울방학엔 자격증과 공인시험점수를 계획하라

진로지도를 하는데 뚱딴지같이 봉사활동을 언급하는 것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봉사활동 또한 진로 지도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개인의 발전과 성공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함께해야 올바른 직업상을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봉사 활동에 대한 계획도 함께 세워보자.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주로 야외 활동이나 활동적인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방학을 이용하여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겨울 방학보다는 여름방학을 활용해보자. 바깥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겨울 방학에는 아이가 자기 방 안에서 혼자서도 준비해갈 수 있는 도전 과제를 찾아보자. 여러 가지 도전과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성과물도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자격증 취득과 공인시험점수 획득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원에서 치러지는 영어 급수 시험부터 시작해서 각종 사설 단체들에서 만들어 실시하고 있는 자격증 시험과 능력 평가들이 모두 공인점수로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각종 자격증의 종류 중 태극마크, 무궁화마크가 붙은 국가공인 점수만 실효성이 있다.

① 컴퓨터 관련: 워드, 활용능력, ITQ 등
② 한자관련: 4급 이상만 공인 점수로 인정
③ 영어관련: TESOL, TAPS, IBT, 실용영어검증시험, 토익, 토플 등

이번 방학을 아이의 진로를 위해 알차게 보내게 하고 싶다면 방학 전에 인터넷을 이용하여 내 아이에게 필요한 각종 시험들의 정보를 검색하자.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경험삼아 한번쯤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 담임교사의 두리 뭉실한 칭찬 한마디나 컴퓨터 학원이나 영어학원에서 해주는 잘한다는 한마디에 만족만 하는 것 보다 아이의 현 위치를 정확히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 아이의 발전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

2. 학부모서비스를 통해 생활기록부를 열람하라

방학을 준비하기 전에 꼭 할 일이 있다. 1년간의 내 아이의 학교생활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학부모서비스'를 꼭 들어가 보자. 출결상황은 아이의 성실성을 판단하기에 꽤 괜찮은 잣대이다. 감기기운이 있기에, 아이가 몸이 좀 아파보이기에 별 생각 없이 결석시키고 조퇴시켰던 것이 쌓이고 쌓여 6년 동안 결석일이 10일이 넘은 걸 보고 '아차!' 하시는 부모님들이 꽤 있다.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를 다음날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벌어진 일이다. 특목중 입학이나 유학원 혹은 영재 교육원 입학 시 성실성을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지표로 출결상황을 첨부하는데 결석이 많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수상내역도 살펴보아라. 아이의 누적된 수상 내역을 살펴보면 내 아이가 어느 분야에 소질이 있고 흥미가 있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로의 방향을 잡는 지표가 되어준다. 간혹 공부는 열심히 해서 성적은 잘 받았는데 상장 한 장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예전 칼럼에서 소개했던 '쉽게 상타는법'을 통해서 아이에게 도전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만 한다.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각종대회의 참여빈도가 상대적으로 많아 수상내역이 굉장히 화려하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작은 상 하나라도 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수상 내역이 생활기록부에 제대로 기록이 되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엄마인 나의 몫이다. 교사들도 실수할 때가 있다. 인터넷학부모서비스를 활용하여 1년 동안 받은 상장과 생활기록부에 등록되어 있는 상장을 비교해보고 오류나 누락된 부분이 발견되면 학년이 바뀌기 전에 반드시 수정을 요청해야한다. 얼마 전부터는 상의 등급을 올릴 때 등위까지 올리게 되어 상 이름만으로 알기 어려웠던 순위까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으뜸상→으뜸상(2위)으로 탑재되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내 아이의 진로지도에 꼭 필요한 최고의 가이드북이다. 이런 가이드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부모의 노력에 달렸다.

3. 성적표에 기록되는 것은 기말고사 점수가 아니라 수행평가 점수이다

아이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점수가 높았기에 아이의 성적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의 성적표에 기록되는 것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수행 평가 점수이기 때문이다. 중간・기말고사 성적이 우수하여 내 아이의 성적이 매우 우수한 줄 알고 국제중이나 해외 유학을 타진해보기 위해 성적표를 떼려고 학교를 방문한 몇몇 학부모님들께서는 성적표를 본 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험 성적과는 달리 성적표의 내용은 터무니없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로 나누어져 있다. 지필고사는 단지 학업 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이고 초등학교 아이들의 성적표에 기입되는 학습능력과 행동 발달에 대한 평가는 수행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무조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의 교육의 평가 기준은 전인(全人)이다. 현재의 학습 수준 보다는 학습 활동의 질과 인성적인 면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내 아이를 '잘 된 사람'으로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시험 보다는 수행평가와 다양한 학습 과제에 충실히 하는 아이로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단순히 시험 성적을 올리는 문제풀이식의 예습보다는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주는 활동 중심의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해보는 기회로 이번 방학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앙드레지드는 '꿈을 그리며 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고 하였다. 아이의 미래는 언제부터 얼마나 절실한 마음으로 꾸준히 자신의 꿈을 위해 준비해왔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제 곧 방학이다. 추운 겨울 방에 틀어 박혀 컴퓨터나 만화에 빠진 아이들과 '공부하라'는 잔소리로 말씨름은 그만하자. 이번 방학은 내 아이의 멋진 미래를 위해 부모가 먼저 준비해보자. 그리고 아이와 함께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 준비하는 '진로 지도'의 기회로 삼아보자.

김범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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