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다이옥신에 대한 세 가지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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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해는 유난히도 다이옥신(dioxin)이란 용어가 국내외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3월에 이탈리아산 물소젖 모차렐라 치즈에서 기준치 이상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외신이 스타트를 끊었다. 우리 정부는 판매 중지로 대처했다.

7월엔 국내에 수입된 일부 칠레산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과다 검출됐다. 검역이 중단됐다. 피날레는 이달에 발생한 아일랜드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오염 파동이 장식하는 것 같다.

다이옥신 하면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고엽제(식물의 잎을 떨어뜨리는 약)다. 고엽제엔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었으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전 참전 미군(646명)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는 다른 지역에서 복무한 퇴역 미군(97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세베소(Seveso)라는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기억한다. 1976년 세베소 주변에 위치한 농약회사(ICMESA사)가 사고로 다이옥신 12㎏을 누출시킨 사건이다. 수많은 동물이 죽었지만 주민 피해는 예상 외로 적었다. 사망자도, 기형 유발도 없었다. 염소여드름(chloracne) 정도가 눈에 띄는 증상이었다. 염소여드름이란 병명이 붙은 것은 다이옥신이 염소가 든 화합물이어서다. 이 여드름은 요즘 ‘유셴코 여드름’으로 불린다.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잘생긴 얼굴이 2004년 대선 도중 오렌지 껍질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검사결과 그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는 정상인의 1000배나 됐다.

다이옥신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으로 평가한 확실한 발암물질이자 사람이 합성한 물질 중 최강의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악명만큼 대단하지 않았다. 다이옥신의 독성 평가가 실험 동물을 통해 내려져 실제 위험보다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사람은 동물보다 다이옥신 감수성(민감도)이 훨씬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이옥신은 최대한 적게 섭취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려면 다이옥신이 지방과 각별히 친하다는(lipophilic)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이옥신 외에 PCB·유기염소계 농약 등 염소 성분이 함유된 유해물질은 지방 조직에 축적된다. 그만큼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서 장기간 잔류한다. 따라서 등푸른 생선·돼지 비계·쇠기름·닭껍질·치즈·우유 등 지방이 풍부한 식품의 다이옥신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벨기에산(1999년)·칠레산 등 돼지고기 다이옥신 오염사고가 났을 때 전문가들이 “돼지고기 삼겹살의 섭취를 줄이거나 비계를 떼고 먹으라”고 권장한 과학적 근거다.

다이옥신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유해물질로 인식하는 것이다. 다이옥신은 210가지 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다. 다이옥신류라고 해야 옳다. 다이옥신류 중엔 TCDD처럼 독성이 강한 ‘독종’과 독성이 아예 없거나 TCDD의 수천분의 1밖에 안 되는 ‘허당’도 있다.

다이옥신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오염된 공기를 통해 몸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소각로 주변이 늘 다이옥신 분쟁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다이옥신은 소각로 인근 주민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다이옥신의 97%는 음식에서 온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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