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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 양성 지원책 세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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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은 최근 10년간 연 9~10%대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규모가 향후 20~30년이 지난 뒤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본격적인 경제교류 10여년 만에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 된 것이다. 지난 1분기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110억달러로 한국의 전체 수출 중 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93억달러로 16%였다. 또한 같은 기간 한국 전체 해외투자의 50% 정도가 중국에서 실행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중관계는 단지 상호 경제협력 및 의존관계의 대상국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지난 냉전 기간 구축된 미국 일변도인 한국의 군사.외교정책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중국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최근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따른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와 찰스 캠벨 한미연합사 참모장의 "한.미 연합군이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언급은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분명 한국의 운명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다. 이는 향후 동북아 지역분쟁에 있어 주한미군의 작전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전략 변화는 장기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며 향후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신세계안보전략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최근 점증하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전쟁으로 치달으면 미군의 개입과 함께 한.미동맹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군사적 역할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때 한국은 제1위 수출 및 투자대상국인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중국이냐 미국이냐는 선택이 수년 혹은 수십년 후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일일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무조건 따라가는 식으로 한.미동맹의 성격을 고쳐서는 안 된다.

최근 새 국회 개원을 앞두고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비롯된 탈미친중(脫美親中) 논쟁은 "친중(親中)"이냐 "친미(親美)"냐는 이분법적인 우문(愚問)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서둘러 현재의 한.미동맹은 유지돼야 하고 중국과 안보협력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지독히 미봉적인 해답일 뿐이다. 이런 우문우답이 장기적이고 용의주도하게 접근해야 할 우리의 대동북아 군사.외교 전략에 대한 고민을 조기에 고사시키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물론 지난 50년간 지속된 냉전체제 속에서 한.미동맹의 자양분을 먹고 한반도에 형성된, 친미적 인적.물적 구조와 이를 운영하는 인적 요소 스스로에게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가 변화의 흐름을 선순환시키는 데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은 작금의 한국의 현실에서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사회 향후 발전의 척도는 앞으로 정부가 친미적 구조 일변도인 우리 사회의 인적.물적 네트워크와 구조를 바꿔 다양한 전문가들, 특히 앞으로 중요성이 강조되는 중국 전문가 양성 지원에 대한 구체적 실천에 착수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변화된 세계를 창조하듯, 중국의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력과 북핵 문제 처리 과정에서 보인 역할과 비중도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 넘어 거침없이 달려올 것이다.

요동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한.미동맹의 역할과 비중이 변화한다면 우리는 그 공백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찾아 국제무대의 새로운 강자인 중국과 안보를 비롯한 전방위 협력에 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동북아 경제.정치.안보지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다. 이제는 미국 일변도의 사고와 의존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박병인 한국외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