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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명사들 “희망을 부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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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홍콩 영화배우 류더화(劉德華)가 직접 디자인한 카드. ‘안독스’와 ‘박스’라는 동물 캐릭터 두 마리가 눈싸움하는 장면이 담겼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어려움을 잊고 웃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올해 홍콩 명사들의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에 담긴 코드는 ‘용기와 희망’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도널드 창(曾蔭權) 홍콩 행정장관은 최근 공직자와 불우 이웃 등 수천 명에게 e-메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다. 카드 겉장은 꽃과 물고기가 정부 청사를 감싸안고 있는 사진으로 장식했다. 행정장관실 측은 “내년에 예상되는 경제적 고난을 풍요와 번영으로 바꾸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창 장관은 올해 초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 내 19세 소녀에게 이식해 준 한 공무원에게 카드를 보내 “홍콩 사회에서 장기이식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며 가족의 행복을 빌었다.

마카오 카지노 업계의 황제로 불리는 스탠리 호 SJM 회장은 축제 음악이 담긴 애니메이션 카드를 지인 수백 명에게 e-메일로 보냈다. “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 용기가 생길 것이라는 의미”라고 SJM 측은 전했다.

영화배우 류더화(劉德華)는 자신이 도안한 안독스(Andox)와 박스(Box)라는 두 마리 동물 캐릭터가 눈싸움하는 사진을 넣은 연하장을 보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동심으로 돌아가 어려움을 잊고 웃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홍콩 공연예술아카데미 켈빈 톰슨 원장은 아르헨티나 화가인 이벨 뮬러의 수채화 한 점을 실은 카드를 지난주 홍콩 내 예술인들에게 발송했다. 그는 “우화적이고 마술적 상상력을 동원한 이 수채화에는 금융위기도 계절의 순환처럼 곧 흘러가라는 염원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홍콩 오션파크와 카페 거리인 란콰이퐁 경영자인 앨런 저먼은 다양한 코믹 복장을 입고 찍은 자신의 사진을 카드에 넣어 지인들에게 보냈다. 그는 “금융 쓰나미로 모두가 어렵지만 긍정적 사고를 가지면 위기를 빨리 극복할 것이다. 우리 모두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서 (연하장에서) 코미디언이 돼 봤다”고 말했다.

패션가구 회사 G.O.D 창업자인 더글러스 영은 크리스마스카드와 함께 CD 한 장을 고객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그는 “성탄절 휴가 동안 이 CD 음악을 들을 생각이다. 내 친구가 작곡한 조용한 파티음악인데, 이 음악을 듣는 친구와 고객들이 마음을 다스려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주홍콩 영국영사관의 앤드루 시턴은 영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찍은 영국군 사진을 넣어 연하장을 만들었다. 군인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였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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