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용 ‘포스트 신지애는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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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혜용이 200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개막전인 오리엔트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들며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골프 지존’ 신지애(20)가 미국 LPGA로 빠져나가는 2009시즌, 국내 그린을 접수할 후보들은 누구일까. 그 해답이 21일 폐막한 오리엔트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중국 푸젠성 샤먼의 오리엔트골프장(파72·6460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올 시즌 KLPGA 신인왕 최혜용(18)이 우승했다. KLPGA 2009시즌 개막전을 겸해 열린 이번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최혜용은 3타(버디 4개, 보기 1개)를 줄이며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해 서희경(22·8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을 밟았다. 생애 통산 2승째다. 지난 6월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기도 하다.

최혜용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했던 정혜진(21)이 6언더파로 3위, 김민선(19)이 5언더파 4위를 차지했다.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미국 LPGA 투어 멤버 펑샨샨은 4언더파로 한국 이외에 중국·대만·태국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5위에 올랐고, 김하늘(20)이 3언더파 공동 6위다.

골프 지존이 없는 내년 시즌은 최혜용을 비롯해 서희경·김하늘 등이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대회를 마친 뒤 최혜용은 “시즌 첫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해 너무 기쁘다”며 “2009시즌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적으로 경기한 것이 주효했다. 예전처럼 소극적으로 지키는 플레이를 했다면 (서)희경이 언니에게 뒤집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혜용은 2008시즌 우승은 1회에 그쳤지만 준우승을 6회나 하는 꾸준한 경기력으로 시즌 막바지 유소연(18)을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혜용의 이날 우승은 쇼트게임의 승리였다. 2위권에 5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최혜용은 후반 들어 아이언 샷이 크게 흔들렸다. 후반 9홀 중 10번 홀과 14~16번 홀 등에서 네 차례나 그린을 놓칠 정도로 샷의 안정감이 떨어졌다. 3홀 연속 그린 미스는 막판에 우승자가 바뀔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다. 그러나 최혜용은 이 4개 홀 에서 모두 절묘한 어프로치 샷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점수를 지켰다.

그러나 파5의 13번 홀과 17번 홀에서는 버디로 서희경 등의 추격을 봉쇄했다. 서희경은 13번 홀에서 2.5m에 볼을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퍼팅이 빗나가며 추격의 힘을 잃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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