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3형제2처남이 쇳물로 한솥밥 - 인천제철 모성국씨 일가족 5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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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 형제.처남들이 힘을 합하면 어떤 쇠라도 만들어낼 자신이 있습니다.”

인천제철 80제강공장 전기로에서 근무하는 모성국(牟成國.45)용해반장.

지난 78년 입사이래 20년째 꼬박 묵은 쇠를 녹이는 작업에 매달리다보니 이제는'쇳물'에 관한한 그 누구에게도 자리를 내주고 싶지않은 牟씨지만 회사안에서'쇳물기술자'보다'牟씨일가의 장남'으로 더 알려져 있다.

성국씨의 두 동생 성구(成九.40).성군(成君.37)씨와 처남 장용석(張容錫.36)씨,그리고 성구씨의 처남 유인흥(柳寅興.27)씨등'일가족'5명이 같은 회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중 셋째 성군씨와 막내 처남을 빼고는 모두 경력 10년이상의 베테랑 기술자들로 사내에서'이들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인사다.

특히 이들은 고철을'새철'로 만드는 수집→용해→연주(連鑄)→압연(壓延)등 제강 생산라인의 공정마다 근무하고 있어 이들의 힘만으로도 이 공장의 주생산품인 H빔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고철덩어리가 이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섭씨 1천6백도의 쇳물로 끓기도 하고 반제품을 만드는 단계인 연주를 거쳐 압연까지 하면 섭씨 7백도의 H빔으로 변하는 것이다.

가족중에서 경력이 가장 오래된 성국씨가 인철제철과 인연을 맺은 것은 78년.

충남 아산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전문대를 중도에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처음 발을 들인 곳이 인천제철 용해반이다.

“섭씨 50~60도를 넘는 작업장에서 한여름에도 석면 안전복까지 입은채 쇳물과 씨름하는 제철소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손바닥의 굳은 살만큼이나 연륜이 쌓이면서 지금은 해외에서까지 스카우트 손길을 뻗치는 기술자가 됐고 노력만큼의 대가가 주어지는 직장이라는 생각에 고향의 동생들을 하나둘씩 회사에 추천하기 시작한게 3형제.2처남의 대가족이 한솥

밥을 먹게 됐다.

'한 사람이 잘못하면 집안 망신'이라는 생각에 항상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지금까지 이들 형제가 회사로부터 받은 모범상만 일곱차례.둘째 성구씨의 작업반 조원들은 지난 95년 표준협회에서 주최하는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서 금

상인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첫째 처남 張씨를 뺀 나머지 4명이 올 8월까지 서구 연희지구 아파트단지로 입주할 예정이고 지난 89년부터 일군 주말농장에선 직접 기른 채소들을 나눠먹고 있다. 〈신준봉 기자〉

<사진설명>

모성국씨 3형제와 2명의 처남이 휴식시간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모성국.장용석.모성구.유인흥.모성군씨. 〈김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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