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한인 할머니의 한국사랑, 대통령에 목도리 선물 '따뜻한 정치 펼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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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마포 한 식당에서 중소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미국 시애틀의 한 동포 할머니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면서 “내가 지난번 가락시장 방문 때 박부자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드렸다는 뉴스를 보고 ‘이제 목도리가 없을테니 직접 뜨개질을 해서 보낸다’면서 푸른색 목도리를 소포로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목도리를 선물로 보낸 미담의 주인공은 시애틀 쇼어라인 아파트에 사는 80대 한인 할머니인 강보옥(83·사진)씨.

강 할머니는 19일 본보 기자에게 "그동안 아무에게도 얘기 하지 않았는데 중앙일보에 난 기사를 본 같은 교회 장로님이 목도리를 보낸 사람이 강보옥 권사님이 아니냐고 물어 나도 그때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지난번 이명박 대통령이 20년간 둘렀던 목도리를 박부자 할머니에게 주었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지난 4일부터 이틀 동안에 대통령과 조국을 생각하며 푸른색 비슷한 실로 열심히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짰다"며 "대통령이 키가 크니까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한국에 살 때 친구가 효자동에 살아서 청와대가 효자동 1번지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효자동 1번지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써서 빨리 가는 소포로 보냈다고 한다.

강 할머니는 함께 보낸 편지에 "나는 시애틀에 사는 83세 할머니인데 대통령께서 목도리를 남에게 주셨다는 기사에 너무 많이 울었다"며 "제가 짠 이 목도리는 전 것보다 못하지만 한국은 추우니 새벽에 민정시찰 할 때 목에 두르시길 바란다"고 적어 넣었다.

"이 대통령 성격이 서민적이기 때문에 보낸 목도리를 꼭 받아 보실 줄 알았으나 대통령이 자신이 보낸 목도리에 감동을 받고 이야기를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기쁩니다."

1926년 중국 용정에서 태어난 강 할머니는 19살에 서울로 피난와 서울 국립기상대장을 역임했던 김진면씨와 결혼했다. 60살인 1986년에 시애틀로 이민왔으며 권사로 교회일에 열심이다. "간경화와 자궁암을 치료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93년부터 성경을 한글과 영어로 쓰고 있다"는 강할머니는 현재까지 15년째 성경 7권을 썼다.

먼 이국 땅에서 대통령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짠 목도리에는 어렵고 힘든 한국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 달라는 강 할머니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시애틀 지사=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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