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유학생 통신

중앙일보

입력

최태용 상해시실험학교 중등부 1

중국으로 유학 온지 9개월, 드디어 중국 친구의 집을 방문 할 기회가 생겼다. 주말 아침, 친구, 친구 부모님과 함께 와이탄(外滩)으로 구경을 갔다. 그곳은 상해 푸서 쪽의 황푸 강을 따라 나있는 강변이라고 친구 어머니께서 설명해주셨다. 사진을 찍고 반대편의 푸동을 감상하며 걷다가 ‘탕쮸’르 발견했다. 탕쮸는 설탕에 절여 겉이 딱딱하게 둘러싼 과일 꼬치다.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번에 먹은 탕쮸 역시 최고였다.
 와이탄 구경을 마치고 빠바이빤이라는 유명한 대형 플라자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일본식 고기 전문점에서 고기를 푸짐하게 먹으면서 약간의 초밥을 곁들였다. 점심을 먹으며 발견한 사실 한 가지! 중국은 우리처럼 길고 납작한 숟가락이 아니라 굵고 짧은 숟가락을 이용해 밥을 먹는다. 마치 자그마한 국자 같이 생겼는데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맛있게 밥을 먹은 후, 중국 친구와 둘이 영화를 보러갔다. 우리나라 영화관 보다 규모가 작고 스크린 크기도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3~4개월 전에 개봉한 영화들을 중국에서는 이제야 상영하고 있었다. 덕분에 봤던 영화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어느 덧 해가 져서 거리는 어두워져 있었다.

중국의 밤거리를 구경하며 친구 집으로 갔는데 집 문 앞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있었다. 잘못 붙였나 싶어 다른 집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글자 자체가 ‘복아, 들어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해줬다.

부엌에서는 친구 부모님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만두피와 만두소를 들고 와서 ‘훈툰(馄饨)’이라는 만두를 빚는 법을 알려 주셨다. 부모님과 함께 모여 앉아 만두 빚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만든 만두와 함께 저녁 밥상에는 시홍쓰지단탕도 올라왔다. 시홍쓰지단탕은 토마토와 계란을 넣어 만든 국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중국음식. 맛있고 배부르게 저녁을 잘 먹었다. 하루 동안 친구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세계 어디를 가든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 자식을 보며 흐뭇해하는 마음 등 한국에 있을 땐 몰랐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같다. 나도 이제 우리 부모님 속 좀 그만 썩혀드리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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