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직권남용 斷罪 표명 - 검찰, 은행장 배임혐의 수사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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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사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은행 관계자들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되고 있다.

배임죄(형법 제355조)란'타인의 업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적용된다. 따라서 검찰은 은행감독원 자료등을 통해 은행

간부들이 규정을 어긴 대출로 은행에 손해를 끼친 행위가 있었는지를 캐고 있다.은행 간부들의 배임 혐의는 청와대 경제수석등 고위 공직자들의 직권남용 혐의와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다.

배임죄는 대형 경제사건이 터지면 우선 적용돼온'약방의 감초' 격이지만 검찰이 적용을 꺼리는 죄명이기도 하다.범죄 구성요건이 까다로워 율산사건이나 이철희(李哲熙).장영자(張玲子)부부 어음사기사건등에서“손해를 예상하고 대출해준 고의성

이 없다”며 은행장들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부분 조사에 나선 것은 한보철강 대출 과정에서 은행장들에게 압력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지만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던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전 청와대 경제수석등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적용되는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를 적용하기 위해선 은행장등이 '의무없는 일'을 했음을 먼저 밝혀야만 한다.검찰 수사 결

과 은행장등의 배임 혐의가 입증된다면 청와대.재정경제원.은행감독원 관계자중 '청탁'을 통해서든,'압력'을 통해서든'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공무원은 직권남용 혐의를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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