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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순천만 입구 고속도로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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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순천만 위쪽 동천 하류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 중장비가 철제 기둥을 박느라 쿵쿵대자 부근에 있던 노랑부리저어새가 놀라서 날아 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생태관광(에코 투어, Eco-tour) 명소로 떠오른 순천만 주변에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어 논란이다. 조류 생태 파괴와 자연경관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04년 목포~광양 고속도로 개설 사업에 나서 2011년 말 완공 목표로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되는 곳은 2006년 말 착공한 제11공구(길이 5.67㎞)로, 순천만 입구를 동서로 가로지른다. 동천을 중심으로 동쪽 1.5㎞ 구간에는 고공 교량을 설치하고, 서쪽 0.9㎞ 구간에는 흙을 높게 쌓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의 설계대로 완공될 경우 관광객들은 순천만을 들어서기 전에 전신주보다 높은 흙둑과 콘크리트 교량이 무려 2.4㎞나 뻗어있는 것을 만나게 된다. 고속도로 노선은 갯벌습지보호구역에서 북쪽으로 1.7㎞ 떨어져 있지만 생태계보존지구 안쪽이다. 동천과 옛 물길이 지나고 그 주변에는 갈대 숲이 우거졌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들판이다.

◆선형 변경 논란=순천시는 2004년 5월 현재의 고속도로 노선에 대해 동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2006년 말 공사를 시작했다. 순천시는 뒤늦게 문제점을 깨닫고 노선을 하수종말처리장 북쪽으로 더 후퇴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덕림 순천시 관광진흥과장은 “노선 협의 당시에는 순천만이 현재처럼 주목받지 않았고, 우리도 그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며 “고속도로의 높은 흙 둑 및 교량이 생태를 단절시키고, 고속도로 주행 차량들의 소음과 불빛이 철새들을 쫓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선 변경에 대해 도로공사는 편입 부지를 95% 이상 매입하고 공사가 30%나 이뤄진 상황이어서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도로정책과 한수원씨는 “설계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힘들다”며 “부분적으로 보완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노선 변경이 안 될 경우 성토 구간을 교량 공법으로 바꾸고, 소음과 미관을 고려해 조형미를 갖춰 튜브형 방음벽을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7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도로공사는 예상한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시는 추가 공사비를 댈 재정능력이 부족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순천만= 순천시 대대동과 해룡·별량면 일대 36.58㎢(습지보호지역 28㎢).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황새·큰고니·참매 등 220여 종에 이르는 조류가 서식한다. 올해 250만 명의 탐방객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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