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씨는 '이와테의 혼'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서 30개의 패널을 이어 이와테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한 폭에 담았다. 작품 제작에 사용된 옻은 100kg으로, 한국의 연간 옻 생산량(약 500kg)의 20%에 이르는 분량이라고 한다. 全씨는 "전통적인 옻 공예 국가인 일본에서 또 다시 세계 최대 규모의 옻칠 작품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은 일찍부터 옻 공예품을 세계에 수출해온 나라다. '옻칠'을 뜻하는 영어 'japan'이 일본의 영어 이름(Japan)이 됐을 정도다. 이와테현은 일본 전체 옻 생산량의 70%가 나오는 곳이다.
全씨는 1988년부터 3년간 도쿄(東京)의 호텔.연회장.결혼식장 복합 건물인 '메구로 가조엔'(目黑雅敍園)의 예술품 복원작업을 총괄지휘할 때 세계 최대 규모(길이 23.6m.폭 1.4m)의 옻칠 작품 '사계 산수화'를 제작한 바 있다. 이번에 '이와테의 혼'으로 그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와테의 혼'은 이와야마 칠예미술관의 개관 기념작이다. 연면적 3515㎡ 규모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이 미술관은 75년 설립됐으나 작품 부족 등으로 3년 전 폐관됐다. 이 미술관을 全씨와 全씨의 제자들로 구성된 '재팬 21 이와테'가 올 2월 소유주인 오카야마시로부터 20년간 무상임대받았다. 이 모임의 명칭에 들어있는 '재팬'이라는 단어는 '옷칠'을 뜻한다.
이 미술관은 全씨의 작품을 주로 전시할 예정이다. 이날 전시된 1000여점도 모두 全씨 작품이었다. 미술관 이름인 '이와야마'(岩山)는 이와테(岩手).부산(釜山)에서 한 자씩 따와 지어졌다. 全씨는 부산 출신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장롱 등 생활용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순수 예술품이다. 全씨는 "옻나무의 수액을 사용하는 옻칠 공예는 구상.비구상을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 분야"라며 "내가 살아온 삶을 토대로 옻칠 작품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일본인들이 돕지 않았더라면 미술관 개관은 불가능했다"며 "미술관이 한.일 문화교류와 이와테현 옻칠문화 발전의 터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리오카=오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