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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안] '옻 공예' 본고장서 세계 최대 작품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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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에서 17년째 활동 중인 옻칠 공예가 전용복(全龍福.52.'재팬 21 이와테'회장)씨가 지난 26일 일본 동북부 지역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시의 '이와야마(岩山) 칠예미술관'에서 세계 최대 규모(길이 18m.폭 2.4m)의 옻칠 작품을 발표했다.

全씨는 '이와테의 혼'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서 30개의 패널을 이어 이와테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한 폭에 담았다. 작품 제작에 사용된 옻은 100kg으로, 한국의 연간 옻 생산량(약 500kg)의 20%에 이르는 분량이라고 한다. 全씨는 "전통적인 옻 공예 국가인 일본에서 또 다시 세계 최대 규모의 옻칠 작품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은 일찍부터 옻 공예품을 세계에 수출해온 나라다. '옻칠'을 뜻하는 영어 'japan'이 일본의 영어 이름(Japan)이 됐을 정도다. 이와테현은 일본 전체 옻 생산량의 70%가 나오는 곳이다.

全씨는 1988년부터 3년간 도쿄(東京)의 호텔.연회장.결혼식장 복합 건물인 '메구로 가조엔'(目黑雅敍園)의 예술품 복원작업을 총괄지휘할 때 세계 최대 규모(길이 23.6m.폭 1.4m)의 옻칠 작품 '사계 산수화'를 제작한 바 있다. 이번에 '이와테의 혼'으로 그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와테의 혼'은 이와야마 칠예미술관의 개관 기념작이다. 연면적 3515㎡ 규모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이 미술관은 75년 설립됐으나 작품 부족 등으로 3년 전 폐관됐다. 이 미술관을 全씨와 全씨의 제자들로 구성된 '재팬 21 이와테'가 올 2월 소유주인 오카야마시로부터 20년간 무상임대받았다. 이 모임의 명칭에 들어있는 '재팬'이라는 단어는 '옷칠'을 뜻한다.

이 미술관은 全씨의 작품을 주로 전시할 예정이다. 이날 전시된 1000여점도 모두 全씨 작품이었다. 미술관 이름인 '이와야마'(岩山)는 이와테(岩手).부산(釜山)에서 한 자씩 따와 지어졌다. 全씨는 부산 출신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장롱 등 생활용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순수 예술품이다. 全씨는 "옻나무의 수액을 사용하는 옻칠 공예는 구상.비구상을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 분야"라며 "내가 살아온 삶을 토대로 옻칠 작품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일본인들이 돕지 않았더라면 미술관 개관은 불가능했다"며 "미술관이 한.일 문화교류와 이와테현 옻칠문화 발전의 터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리오카=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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