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부도쇼크>무너진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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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의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대형 철강업체인 삼미가 좌초해 경제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더욱 부담이 예상되며,특히 제일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은 더 타격을 입게 됐다.관련 산업과 하청업체등에도 연쇄 파급효과가 우려되고 있다.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시중 자금사정이 더욱 경색되는등 어려움이 가중되

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삼미그룹의 법정관리는 지난해말부터 예견된 것이었다.주력기업인 삼미특수강이 특수강 공급과잉에다 막대한 빚부담까지 겹쳐 자력으로 되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삼미 몰락은 1차적으로 경영능력 부족에 원인이 있다.특히 80년대 후반 국내외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빚을 잔뜩 걸머진 것이 두고두고 부담이 됐다.

삼미특수강이 그룹의 주력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89년 삼미정공등 5개사를 새로 만들고 북미 특수강공장을 인수하는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동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그룹 자금줄이던 삼미특수강의 부채는 93년 1조원을 넘어섰고

96년말에는 1조4천5백억원대로 45%가량 불어났다.같은기간 매출액은 6천5백41억원에서 8천6백억원으로 31.5%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들어 삼미특수강의 사업 일부를 포철로 넘기면서 받은 돈으로 이중 일부를 까 17일 현재 여신은 8천2백62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빚 부담은 여전했다.

지난해의 경우 그룹 매출액 1조4천9백25억원중 금융비용이 2천6백71억원으로 22.4%에 달했다.

자금난에 쫓긴 지난해 마지막 카드로 내놓았던 특수강사업 매각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삼미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정타가 됐다.

당초 삼미그룹이 특수강 사업 일부를 포철에 넘기면서 기대했던 돈은 약 1조원.그러나 실제 인수액은 7천1백94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서 차액이 생긴데다 매각대금은 거의 모두 은행빚 갚는데 들어가 회사 운영자금으로는 활용할 수 없게 되자 김현배(金顯培)회장이 법정관리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삼미그룹의 부도와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지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않을 전망이다.당장 한보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1조9천억원가량의 여신(96년말 현재)이 묶이게 된 채권 금융기관들의 피해가 문제다.

제일은행의 경우 2천1백73억원의 여신이 묶이면서 연간 1백억원을 훨씬 웃도는 이자손실을 감수해야 한다.㈜삼미에 2천3백66억원의 여신을 내준 상업은행도 비슷한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한보.삼미등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가 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해외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도 하락을 부채질하는데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손병수.신성식 기자〉

<사진설명>

삼미그룹이 법정관리 신청을 한 삼미특수강의 창원공장 내부설비

모습.삼미그룹은 80년대 후반부터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끝내 좌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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